"네가 어려서 그렇다. 그 정도가 힘들면 다른 사람들 다 극단선택했다. 멘털이 약하다."
IT(정보기술)기업 직원 김자영(가명)씨가 고객사 관계자로부터 성추행, 폭언 피해를 입은 사실을 보고하자 팀장이 이렇게 말했다. 팀장은 오랜 시간 김씨에게 폭언을 해왔던 인물로, "대가리만 있으면 그냥 따는 자격증을 왜 못 따냐. 머리 박아라", "씨X, 일을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지경이냐 X신같이"라는 욕설을 한 적도 있었다. 팀장의 폭언으로 2년 넘게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치료를 받던 김씨는 팀장을 신고했지만,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던 건 김씨였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김씨의 사례를 포함한 '올해의 5대 폭언'을 선정해 26일 발표했다. 올해 1~11월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 1,151건 중 폭행·폭언(512건) 제보에서 심각성이 두드러진 사례들을 추린 것이다.
5대 폭언에는 "그 정도면 개도 알아먹을 텐데", "공구로 머리 찍어 죽여버린다", "너 이 X끼야, 나에 대해 쓰레기같이 말을 해? 날 X발 X같이 봤구나" 등이 포함됐다. 특히 한 신입사원은 묻는 말에 대답을 못 하자 사장으로부터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는 말과 함께 고함을 들었고, 실수한 뒤에는 "너는 정말 안 될 놈이다. 너 이 X끼 나랑 장난하냐. 너 같은 X끼는 처음 본다"는 폭언이 뒤따랐다.
직장갑질119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폭언의 상처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폭언이 8,841건(34.2%)으로 가장 많았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폭행·폭언을 경험한 비율이 11.1%였다.
물론 폭행나 모욕,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신고해 가해자를 처벌할 수도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직장갑질119는 "1대1 대화에서 발생한 폭언을 녹음하지 못하면 (피해 사실을)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또 한국 사회 특유의 권위적인 문화에서는 폭언을 거친 조언 정도로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는 폭언이 피해자의 마음에 상흔을 깊게 남기는 만큼 조직 문화 개선을 통한 교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현철 직장갑질119 사무국장은 "폭언은 상대 마음에 상처를 내는 행위이며, 동시에 정신적 고통을 주는 고문과도 같다"면서 "단기적 영향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일과 삶에 장기적, 치명적 피해를 남길 수 있는 만큼 폭언 문제에 대한 진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