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는 다 못하고, 소통은 안 되고… 외풍 자초한 강기정 광주시장

입력
2022.12.26 10:11

'밀린 숙제'는 다 풀지 못했고, 광주광역시의회와는 척지고, 직무 수행 지지도는 중·하위권에 처져 있고….

취임 6개월을 앞둔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얼마 전엔 "노회한 정치인", "봉건 시대 군주"(참여자치21)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광주)시장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러냐"는 뒷말도 있지만, 이는 강 시장 스스로 외풍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치기 힘든 스산한 풍경이다.

강 시장은 취임 전부터 '밀린 숙제 5+1' 해법을 취임 이후 6개월 안에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엔 전임 시장이 벌여놓은 현안들을 속도감 있게 잘 마무리해 행정가로서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강 시장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강 시장은 그러면서 ①복합 쇼핑몰 유치 ②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 ③백운광장 지하차도 설치 ④지산 IC 진출로 개통 ⑤어등산 관광 단지 개발 +①군(軍) 공항 이전 사업을 밀린 숙제로 꼽았다.

그렇다면 강 시장은 다음 달 1일이 마감인 숙제를 다 했을까. 평가는 엇갈린다. 광주시는 "5+1 사업에 대한 해법과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속도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일각에선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특별히 한 게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강 시장 주장대로 "방향성이 잡힌 사업"은 이 시점에서 엄밀히 따지면 ①, ②, ③에 불과한데, 그나마 ①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기정 사실화했고 ②와 ③은 전임 시장 때부터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던 것들이었다는 얘기다. 이를 강 시장이 '푼 숙제'로 치더라도 그의 숙제 완성률은 겨우 반타작 수준이다. 광주시가 "5+1 사업은 순항 중"이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광주시는 나머지 '못 푼 숙제들'에 대해서도 "진출로 안전성 논란 내년 3월 종지부"(④), "2심 승소 긍정 신호"(⑤), "새 국면"(+①)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광주시 뜻대로 되긴 힘들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 여기저기에서 "지산 IC 폐쇄 방침 철회할 수도", "민간사업자와 법적 소송 장기화 불가피", "군 공항 이전 논의도 해를 넘길 것"이란 잿빛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시청 밖 상황도 강 시장에겐 좋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강 시장은 14일 광주시의회에서 보여준 언행으로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강 시장은 당시 광주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증액 없이 2,089억 원을 삭감하자 울화를 참지 못하고 울먹이며 "화풀이식 예산 삭감"이라고 광주시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참여자치21은 "강 시장의 이런 말과 태도는 그의 독선과 자만에서 기인하고, 나아가 광주시의회를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광주시의원들도 강 시장을 향해 "독선과 아집", "본인만 정의로운 척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처럼 강 시장과 광주시의회 간 반목과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소통과 협치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586 운동권 세대로 3선 국회의원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강 시장은 취임 초 자신에게 덧씌워진 '강성' 정치인 이미지에 대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나가겠다"고 자신했다. 당시 이를 의심하는 시선이 시청 안팎에서 감지됐지만 일단 그의 진정성을 믿어보자는 분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강 시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정무적 리더십'을 두고 "도대체 언제쯤 그걸 발휘할 거냐. 그게 있긴 한 거냐"는 쓴소리가 나온다.

소통 부족은 이뿐만이 아니다. 강 시장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취재 거부 행태와 뻔뻔한 거짓말 등 부적절한 취재 응대에 대한 출입 기자단의 재발 방지 요구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시쳇말로 '너희는 짖어라, 난 상관 안 한다'는 식이다.

이 와중에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매달 전국 17개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한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최근 3개월 연속 강 시장이 중하위권과 하위권을 기록한 것도 그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광주시의 한 간부는 "취임 6개월도 안 돼 강 시장의 직무 수행과 정무 능력에 대한 부정 평가가 잇따르는 데는 결국 정무 라인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 아니겠냐"고 안타까워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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