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북한의 무인기 위협에 맞서 27일 전투기를 출격시켰지만 이틀 연속 허탕이었다. 전날에는 무인기 5대에 속수무책으로 영공이 뚫렸는데도 격추하지 못했고, 이날은 무인기가 아닌 새 떼로 밝혀지는 소동을 빚었다. 경기 북부지역 주민들은 연일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인천시 강화군이 오후 3시쯤 주민들에게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됐다”는 재난 문자를 발송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강화군은 삼산면과 서도면 일대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 방송도 두 차례 내보냈다. 군 관계자는 “인천시가 연락해와 '오후에 무인기가 또 출몰했다'고 전해줬다"면서 “오전에 경기도 파주 일대에 뜬 무인기가 강화도까지 이동한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앞서 해병대는 오후 1시 30분쯤 석모도 일대에 무인기가 뜬 것으로 관측해 즉시 인천시에 알렸다.
이처럼 긴박하게 대응했지만 전날과 달리 북한 무인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오후 1시쯤 레이더에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가 탐지되자 전투기를 띄워 추적하도록 했다. 하지만 근접 비행한 조종사가 육안으로 확인해 보니 무인기가 아닌 새 떼였다. 합참 관계자는 “새 떼로 판명해 격추 사격은 하지 않았고 경고방송이나 경고사격도 안 했다”고 말했다. 작전은 오후 4시쯤 종료됐다.
새 떼를 오인해 군사작전을 벌인 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7월 1일 기러기로 추정되는 20여 마리의 새 떼를 ‘정체불명 항적’으로 포착해 KF-16 전투기를 여러 대 투입한 전례가 있다. 당시 군은 보름 전 발생한 ‘북한 목선 경계 실패’ 탓에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북한 소형 목선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삼척항에 도달할 때까지 57시간 동안 식별하지 못해 대북 경계 실패로 뭇매를 맞았다.
앞서 2009년 10월 17일에도 정체불명의 물체가 우리 군 레이더에 잡혀 해병대가 벌컨포로 경고사격을 하고 공군 전투기 3대가 긴급 출격하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레이더 항적과 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 새 떼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