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미국에서 신차 구입 시 7,500달러(약 963만 원)를 깎아주는 공격적인 할인에 돌입했다. 공급망 붕괴와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최근 몇 년간 가격을 올리기만 해왔던 테슬라가 할인 카드를 꺼내든 건 매우 이례적이다.
신차 할인은 21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이날부터 31일까지 세단형인 모델3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를 사는 이들은 7,500달러를 할인받을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1일부터 이들 모델에 3,750달러를 할인해주고 있었는데, 할인폭을 두 배나 키운 것이다. 아울러 1만 마일(약 1만6,090㎞) 무료 충전 혜택도 할인과 함께 주어진다.
모델3와 모델Y는 테슬라 최고 인기 모델이다. 수개월을 기다려야 살 수 있었던 이 두 모델에 큰 폭의 할인을 적용하기로 한 건, 최근 수요가 부진하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새로 적용된 할인액 7,500달러는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미국산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제공하는 세액 공제 최대액수와 같다. 테슬라의 경우 일부 모델에 최대 공제 혜택이 적용되는데, 이 때문에 신차 인도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는 예비 테슬라 구매자들이 많았다. 테슬라가 정확히 7,500달러를 할인하는 건, '우리가 그만큼 깎아줄 테니 올해 안에 가져가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노 디스카운트' 정책을 고집해 온 테슬라는 올해 10월 중국에서 처음으로 모델3 등 주요 모델 가격을 최대 9% 인하했다. 중국 내 경쟁 심화로 수요가 줄자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중국에선 TV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까지 깼다. 캐나다, 멕시코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할인에 돌입한 상태다.
이런 소식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미끄러지던 테슬라의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내 할인 확대 소식이 알려진 뒤인 23일, 테슬라 주가는 123.15달러로 전날 대비 1.76%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36% 급락했고, 40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70%나 떨어졌다.
시장에선 앞으로도 반전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머스크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머스크는 트위터 경영에만 집중한다는 테슬라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자 20일 "후임을 찾는 대로 트위터 CEO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으며 "앞으로 2년간 테슬라 지분을 처분하지 않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주가는 더 떨어지기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는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월가는 테슬라 전기차 수요 둔화에 짜증이 났다"며 "테슬라가 (연간 주가 실적 면에서) 사상 최악의 한 해를 앞두고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