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성탄 전야에 헤르손 폭격 10명 사망… 젤렌스키 "기적을 만들 것"

입력
2022.12.25 08:27
젤렌스키 "러, 협박과 쾌락 위한 살인" 비난
"크리스마스 축하, 기적을 스스로 만들 것"

‘크리스마스 휴전’은 없었다. 러시아가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에도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을 무차별 폭격해 주민 10명이 숨졌다.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정확히 10개월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헤르손 거리에서 불타는 차량과 시신, 폭격에 부서진 건물 사진을 올리며 “이것이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의 실제 삶”이라고 비통해했다. 이어 “이곳은 군사시설이 아니다”라며 “러시아는 협박과 쾌락을 위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분노했다.

야로슬라프 야누셰비치 헤르손 주지사는 “이번 포격으로 10명이 숨지고 6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 18명은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 소보레우스키 헤르손 제1부의장은 “러시아군 미사일이 헤르손 자유 광장에 있는 슈퍼마켓 바로 옆에 떨어졌다”며 “피해자 중에는 휴대전화 심(SIM) 카드를 판매하는 여성과 트럭에서 짐을 내리는 사람들, 행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헤르손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이어지는 전략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개전 초기 빼앗겼던 헤르손을 8개월 만인 지난달 수복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헤르손 철수 후에도 드니프로강을 건너편에 진지를 구축하고 헤르손에 분풀이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전날에도 헤르손 지역을 74차례 포격해 5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최전방 전선에서도 연일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인근 마을 25곳에 박격포와 로켓포 공격을 퍼부었다.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니코폴 지역에선 밤사이 러시아군 포탄 60여 발이 3개 지역사회를 강타했다. 자포리자주 외곽에 위치한 정착촌인 스테판도 포격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항전 의지를 꺾지도, 크리스마스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심야 연설에서 “우리는 전쟁이 시작됐을 때 견뎌냈다. 러시아의 공격과 핵 위협, 테러, 미사일 공격도 견뎌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겨울도 이겨낼 수 있다”고 국민들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자.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웃을 것이고 행복해질 것이다. 이 또한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이전과 다른 점은 하나다. 우리는 기적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란 사실이다”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