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카페 '감자밭'에서 만든 '춘천 감자빵'이 최근 백화점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 매출 100억 원을 넘자 주요 백화점들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을 통해 30대 청년농부가 매년 버려지는 감자가 아까워 빵을 만들게 됐다는 뒷얘기와 함께 인증사진까지 퍼지면서 춘천의 명물로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소비자 사이에서 지역 특화 상품은 더 이상 케케묵은 이미지가 아니다. 최근 '로컬'이 '힙'(hip·새롭고 개성 강한 것)한 문화로 거듭나면서 유통업계에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끌어들일 전략으로 지역 특화 상품을 내건 '로컬 마케팅'이 뜨고 있다. 지역 특산물로 맛과 품질을 높였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소비자의 신뢰를 키워 판매량도 높이고, 지역 상생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①맥도날드는 2020년부터 '창녕 갈릭버거', '보성 녹돈버거', '나주 배 칠러' 등 로컬 소싱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올해 누적 판매량이 1,000만 개를 넘었다. 이 중 대표 메뉴 창녕 갈릭버거의 판매량만 약 300만 개에 달한다.
②2019년 출시된 보해양조의 소주 '여수밤바다'는 7월 팝아트 작가 기안84와 손잡고 제품의 라벨을 리뉴얼하면서 판매량이 한 달 만에 평소의 두 배로 늘었다. 여수밤바다는 애초 전남 여수 낭만포차 거리 내 소주 점유율의 80%를 차지했는데, 최근 소주 라벨에 MZ세대의 감성을 입히면서 전국적 인기를 끌게 됐다는 설명이다.
③스타벅스는 3월부터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상생 음료를 개발해 소상공인 카페에 기부 중이다. 지난달 선보인 '리얼 공주 밤 라떼'는 일주일도 안 돼 다 팔렸다. ④CJ푸드빌이 남해 마늘로 만든 빕스 밀키트와 뚜레쥬르 '갈릭브레드', ⑤오뚜기가 제주 맛집과 손잡고 만든 '제주똣똣라면'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 상생이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⑥교촌은 미래 먹거리로 프리미엄 발효식품 사업을 점찍고, 23일 경북 영양군에 양조장을 열었다. 전통주인 감향주 복원을 시작으로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목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여행이 늘면서 지역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가 생긴 것도 로컬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하는 중요한 이유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일부러 멀리 가지 않고도 지역 특산품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지역 농산물을 체험하면서 우리 농가를 살리는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보람은 덤"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지역 친화적인 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스타벅스는 올해 지역 특화 음료인 '한라문경스위티' 5만 잔과 '리얼 공주 밤 라떼' 6만 잔을 각각 전국 100곳, 120곳 카페에 무료로 보냈다. 스타벅스에서 원재료와 레시피를 지원받아 리얼 공주 밤 라떼를 판매 중인 한 소상공인은 "하루 전체 판매 음료의 10%는 밤 라떼가 차지할 만큼 비커피 음료치고 꽤 많이 나간다"며 "일부러 밤 라떼를 먹으려고 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니 집객 효과를 톡톡히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플랫폼 차원에서 '로컬 서비스'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전자상거래(e커머스) 티몬은 이색 특산품을 소개하는 기획전 '요즘로컬'을 선보이고, 지역 농산물을 주제로 한 웹 콘텐츠를 만든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소규모 동네가게를 소개하고 쿠폰을 제공하는 식으로 소상공인과 이용자를 연결하면서 올해 가입자 수를 지난해 대비 1,000만 명 이상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