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줄기로 재도약하는 한국 원전

입력
2022.12.23 11:02
김 찬 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

세계 4대 문명의 하나로 꼽히는 황하문명. 황하강은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이 되어 주기도 했지만 수시로 범람해 주민들이 큰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우’라는 사람이 치수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이 사업은 우의 아버지가 맡은 적이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과학적으로, 솔선수범하며 그는 이 일에 13년을 매달렸다. 마침내 강물이 바다로 흐르도록 물길을 내는 공사를 마쳤고, 그 공으로 우는 임금이 되었다.

물길 하나 만들어서 임금이 됐다니 의아하기도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홍수와 폭우는 두려움의 대상인데 수천 년 전의 사람들이 느낀 공포는 오죽했을까 싶다.

물길을 잡는 당시의 치수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에너지’에 비유될 수 있다. 둘 다 인간 생존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안보를 확보해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국민의 삶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에너지는 국방, 산업, 문화, 외교, 민생 등의 분야에서 한 국가의 자존과 주권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이 의무와 책임을 잘 이행했다. 국민의 늘어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더 많은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했다. 국민은 필요할 때 충분한 냉·난방을 할 수 있었고, 국가적으로는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산업의 발전을 이뤄 선진국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값싸고 질 좋은 전기, 에너지의 원활한 공급 덕분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으로 전 세계에 닥친 에너지 대란은 우리나라를 비껴 가지 않았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각종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소위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생산에 비용이 더 들어가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직격탄을 맞았다. 11월 기준 1kWh당 LNG 정산단가는 294원이다. 이를 한전은 120원 정도에 판매한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더 많이 보게 된다. 한전 부채가 점점 커지니 전기료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이 떠안게 되었다.

신한울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가뭄으로 쩍쩍 갈라진 대지에 내리는 단비처럼 전기료에 대한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경감시켜 주는 모멘텀이 될 것 같다. 원자력에 의한 전기 생산은 가성비가 좋다. 원자력은 1kWh의 전기 생산에 약 50원이 든다. LNG에 비해 1/6 수준이다.

신한울 1호기는 국민의 힘으로 이룬 대한민국 원자력 자립의 심장이 다시 힘차게 뛰는 것을 느끼게 한다. 신한울 1호기는 1,400MW 규모로 연간 약 1만 4,24GWh의 전기를 생산한다. 국내 총 발전량의 약 1.8%를 차지하는 규모다. 핵심설비를 100% 국산화한 신한울 1호기는 국민의 승리요, 대한민국의 승리다. 변화의 큰 물줄기가 우리나라 에너지 주권의 길을 더 튼튼하게 만들고 있다.

신한울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기까지 수많은 풍파를 겪었다. 첫 삽을 뜨고 전기를 만들어내기까지 12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얼마나 비용이 많이 들어갔을까? 그 비용을 묵묵히 부담한 국민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변화의 물줄기로 재도약하는 한국 원전이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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