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첨단 방공 미사일인 패트리엇을 포함한 22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하는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전쟁 300일째 되는 날 바이든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미국 수도로 초청한 것은 '굴복도, 타협도 없다'는, 러시아에 보낸 통첩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의 실전 배치를 공언하는 등 즉각 '힘'으로 응수했다.
이에 따라 휴전이나 종전 시도는 당분간 동력을 잃고 전쟁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잔인한 전쟁을 끝낼 의향이 없다는 것을 안다”며 “미국은 용감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계속 방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평화를 위해 주권, 자유, 영토를 놓고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종전 협상은 선택지가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약 6시간 동안 미국에 체류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탱크, 탄약 등 안보 지원(18억5,000만 달러)과 식량, 식수, 의료서비스 등 인도주의적 지원(3억7,400만 달러) 등이 포함된 22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약속을 얻어냈다. 핵심은 패트리엇 시스템이다. 워낙 고가인 데다 러시아가 민감하게 반응해 미국이 그간 지원에 난색을 표했지만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과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표적 타격이 계속되면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안전한 영공을 만드는 데 매우 핵심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외국 땅을 밟지 않겠다고 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여기엔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인 공화당과 여론을 설득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미 CNN방송은 전했다.
미 의회는 449억 달러(약 57조4,5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이 포함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을 막판 심사 중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차기 미 의회에선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는 만큼, 예산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미국이 지원을 축소하면 다른 서방 국가들도 지원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의사당을 찾아 상ㆍ하원 의원들 앞에서 전폭적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여러분의 돈은 '자선'이 아니고 국제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투자'"라면서 “우크라이나 민주주의를 규정하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간청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서명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공화당 의원들의 반응은 일단 엇갈렸다.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매우 좋은 연설이었다"면서도 "그러나 백지수표는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쓴 모든 돈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은 지금껏 들은 연설들 중에 가장 감명 깊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가 우리의 승리"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즉각 반응했다. 그는 국방부 이사회 연례 확대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적대 세력과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문제는 그것이 언제 일어날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와 극초음속미사일 '지르콘'을 다음 달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법률상의 현역군인 규모 100만 명을 150만 명으로 50만 명 이상 증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패트리엇 미사일의 배치가 러시아를 자극할 공상이 크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 서기는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이제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러시아가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동맹국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