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방침... "상황 심각한데 지휘팀장과 대화만"

입력
2022.12.22 13:49
4면
밤 10시 30분 도착하고도 38분간 제대로 지휘 안 해
오후 11시 22분 끼임 풀려... 이 시간 앞당겼어야
임시영안소 '맥박' 환자 의혹… 소방청 "오인" 해명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성범 서울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 수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 서장의 부실 대응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판단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보강 수사가 마무리되면 최 서장에 대한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서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최 서장은 사고 당일 오후 10시 3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38분이 지난 오후 11시 8분에서야 현장 지휘권을 선언했다. 현장 폐쇄회로(CC) TV 등에 따르면, 이사이 최 서장은 무전을 듣고 지휘팀장과 대화를 나누기만 했을 뿐 무전 지휘나 전화 통화, 대응단계 발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참사 당시 대응 1단계는 용산소방서 현장지휘팀장이 오후 10시 43분에, 2단계와 3단계는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각각 오후 11시 13분과 오후 11시 48분에 발령했다. 10명 이상 인명 피해가 발생할 때 발령하는 대응 2단계는 용산소방서장에게도 발령 권한이 있다.

특수본은 인파 끼임이 완전히 해소된 시간을 오후 11시 22분으로 보고 있다. 오후 10시 15분 첫 소방 신고 기준으로 희생자들이 1시간 7분 동안 좁은 골목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김 대변인은 "소방 내부 단체 대화방이나 당시 구조 상황보고서만 봐도 상황이 매우 심각한데 (최 서장은) 규정에 맞는 대응단계 발령을 하지 않았다"며 "더 일찍 끼임이 풀렸다면 많은 분들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난 사고 때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긴급 △응급 △비응급 △지연(사망) 환자로 분류한 뒤 긴급 환자부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러나 인근 순천향대병원으로 다수 사망자가 먼저 이송되고, 응급조치가 필요한 환자들이 방치되는 등 이송 우선순위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특수본에 따르면 최재원 용산보건소장이 도착하기 전에는 최 서장이 사상자 분류 및 이송 작업을 지휘해야 한다. 특수본은 "최 서장의 사고 대응 후 조치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못을 박았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 인근에 차려진 임시영안소로 이송된 사람 가운데, 뒤늦게 맥박이 감지돼 심폐소생술(CPR)을 받았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동욱 대변인은 "소방 보디캠 영상 확인 결과, 임시영안소에서 2분간 CPR를 실시한 건 확인했다"며 "(최 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소명에 필요한 자료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 맥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이 역시 응급환자 분류를 제대로 못 한 근거 중 하나란 의미다.

다만, 이에 대해 소방청은 "사망자를 임시영안소로 옮겨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동료 대원 숨소리를 사망자 숨소리로 혼동하고, 맥박 또한 구조대원 본인의 맥박을 느낀 것"이라며 "심전도 리듬 측정 결과 무수축(리듬 없음)으로 확인돼 CPR를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특수본은 최재원 보건소장이 참사 당일 현장에 왔다가 경찰 제지를 받고 들어가지 못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현장에 늦게 도착했음에도 구청 내부 보고문서에 마치 현장에서 구조 지휘를 한 것처럼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를 받는다. 특수본은 최 소장이 현장에 들르지 않고 자택에서 곧바로 보건소로 갔다가 현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