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남 창원시에 사는 동네 고양이입니다. 올해 1월 26일 창원 한 식당에서 기르던 동족 '두부'가 20대 남성에게 죽임을 당한 사건 기억나시나요. 남성은 두부를 시멘트 벽에 16차례나 내리쳐 잔혹하게 죽였습니다. "울음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게 죽인 이유였습니다.
당시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 명 이상, 동물권 행동 카라의 검찰 제출용 탄원 서명에 2만 명이 각각 동의하고 참여했을 만큼 많은 이들이 분노했죠.
이 때문에 여느 때보다 범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습니다. 창원지법 형사5단독 김민정 부장판사가 16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27)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겁니다. 김 판사는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피고인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카라는 이번 판결이 최근 동물범죄 판례 흐름에 역행하는 낮은 형량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동네 고양이 학대 사건에는 잇따라 실형이 선고된 것과도 대조적이죠.
올해 초 포항시에서 동네 고양이 16마리를 폐양어장에 가두고 죽이거나 학대한 20대 남성은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으로부터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0만 원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포항 시내에서 2020년부터 최근까지 고양이 7마리를 연쇄적으로 죽이고, 2019년 고양이 3마리를 학대한 혐의를 받은 30대 남성에게는 법정 최고형(징역 3년)에 조금 못 미치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동물학대 범죄 사상 최고 형량이었지요.
'두부'와 유사한 사건인데 실형이 나온 적도 있습니다. 서울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땅바닥에 내리쳐 잔혹하게 죽인 범인에게 징역 6개월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이는 동물보호법과 함께 재물손괴죄가 인정돼서입니다. 반면 이번 두부의 경우 검찰은 송씨가 범행을 저지를 때 고양이 소유주가 없는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재물손괴죄를 적용하지 않고 기소한 점이 달랐습니다.
최민경 카라 정책행동팀장은 "죄 없는 생명체가 죽임을 당했는데도, 재물손괴죄가 적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동물권 인식 수준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고 지적합니다. 이어 "두부의 억울함을 누가 풀어줄 것인지 법원과 검찰에 묻고 싶다"며 “검찰이 항소를 추진하도록 1만여 명의 탄원서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20일 항소했고, 카라는 모아진 탄원서를 2심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두부를 돌봐온 식당 주인은 "두부가 죽고 난 뒤 밤새 우는 아들에게 나쁜 사람은 처벌받게 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 약속을 지키는 엄마가 되게 해달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두부를 잔혹하게 죽인 범인에게 온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강력 촉구합니다. 나아가 동물학대 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마련해 판결이 일관성 있게 내려지길 바랍니다. (☞ 관련기사: "해외 사례 참조해 동물학대 양형기준 마련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