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1일 첫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계획서가 통과된 지 27일 만이다. 내년도 예산안 협상 공전으로 야 3당만으로 현장조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전날 국민의힘의 합류로 여야 합동으로 실시됐다. 다만 특위 활동기간 연장 여부와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커 향후 특위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상호 위원장을 포함한 여야 위원들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녹사평역 시민분향소에서 조문을 하며 현장조사 일정을 시작했다. 분향소에 있던 일부 유족들은 눈물을 훔쳤고, 일부는 특위 위원들을 향해 "왜 이제야 왔느냐"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국정조사특위 출범에 합의한 지 약 한 달이 지나서야 여야가 함께 정식 조사에 나선 점을 성토한 것이다. 분향소 주변에서는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가 국정조사 반대 집회를 열고 있었다. 유족들은 전날 국민의힘과의 간담회에서 이들의 집회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조문을 마친 위원들은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로 향했다. 우 위원장은 현장을 보면서 "이렇게 좁은 곳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진상규명을 통해 왜 이런 일을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여야 위원들은 임현규 용산경찰서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들으며 사고 상황과 조치 사항 등을 점검했다. 일부 유족들은 참사 현장에서도 "사건 당시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며 오열했고, "우리 아들 살려내", "진실 규명" 등의 목소리도 들렸다.
특위 위원들은 이태원 파출소와 서울경찰청을 잇달아 방문해 참사 당일 경찰 대응의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이태원 파출소 방문을 마치고 나온 위원들에게 유족들은 "진실만 밝혀 달라" 등의 요구를 이어갔다. 유족 등으로 구성된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특위 방문에 맞춰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 접수 후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과 대응의 적절성 △참사 전 재난 예방·대비 계획 △유관기관에 어떤 지원과 협조 요청을 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특위는 이후 서울시청을 찾아 서울시 차원의 재난안전대책을 살폈다.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의 특위 복귀로 '반쪽 특위'는 면했지만, 향후 특위 활동에서도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1월 7일까지로 합의한 특위 활동기간 연장 여부가 쟁점이다. 여야는 지난달 특위계획서를 처리하면서 본회의 의결로 활동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합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복귀로 특위가 정상 가동됐지만, 민주당은 특위가 17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점을 들어 내실 있는 조사를 위해선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현재로선 1차 합의한 범위 안에서 마쳐야 한다는 게 1차적 목표"라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 증인 채택을 두고도 여야가 갈등할 수 있다. 앞서 야 3당이 단독으로 확정한 특위 일정에 따르면, 1월 2, 4, 6일에 청문회가 열리지만 증인·참고인은 여야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국민의힘이 공세를 퍼붓고 있는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탑승' 논란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해 국정조사 증인으로 가장 먼저 채택돼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신현영 의원 자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