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월 중국에서 3만 톤 넘는 쌀을 수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1~10월 10개월 치 수입량보다 많다. 최악의 작황 탓에 먹거리 사정이 더 열악해지면서 쌀 수입이 폭증했다. 식량난은 내년 보릿고개(5~6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1일 중국 해관총서(세관) 발표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달 중국에서 쌀 3만172톤(165억 원 상당)을 들여왔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올 들어 10월까지 수입한 중국산 쌀(2만7,350톤)보다 많은 양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월 3만3,492톤을 중국에서 반입한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 유입을 우려해 중국으로부터 쌀 수입을 확 줄였고 지난해에는 단 한 톨도 들여오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달 중국에서 들여온 밀가루는 6,596톤(약 30억 원 상당)에 달한다.
가을걷이를 하던 시점에 곡물 수입을 크게 늘린 건 그만큼 올해 작황이 안 좋았다는 의미다. 봄철 가뭄과 여름 수해가 겹친 데다 비료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앞서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식량 작물 수확량은 451만 톤으로 지난해보다 18만 톤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식량 부족 탓에 함경도 지역에 굶어 죽은 사람이 속출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 출신 김혁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통화에서 "지난 9월 조선노동당 정치국회의에서 '양곡정책 집행을 방해하는 현상과의 투쟁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한 것에 비춰 작황난이 예상됐다"면서 "올해 양곡 생산량을 감안할 때 내년 보릿고개까지는 지속적으로 많은 곡물을 수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추수가 막 끝난 시점인데도 장마당의 쌀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달 보고서에서 북한을 식량 위기 '우려 지역'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