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서 발이 뜬 채로" "두 번 넘어질 뻔" 폭설 뚫은 출근의 민족

입력
2022.12.21 11:58
두꺼운 외투로 중무장… 눈 내린 출근길 
자가용 대신 지하철·버스 대중교통 이용↑
"도로 미끄러워" "종일 제설작업 예정"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왔어요. 차를 가져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21일 오전 7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8번 출구 앞에서 만난 이모(33)씨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5~10cm 정도의 많은 눈이 내렸다. 폭설 소식에 대부분 시민들은 두꺼운 겉옷을 입고 귀마개, 장갑, 부츠 등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채 일찌감치 출근길에 올랐다.

그러나 도로 곳곳이 제설작업으로 통제돼 어느 정도의 출근길 혼잡은 불가피했다. 미끄러운 길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시민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이씨는 "길이 생각보다 빙판인 것 같아 조심해야겠다"며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종종걸음을 했다.

시민들이 출근 수단으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택하면서 오전 7시 30분쯤 5호선 여의도역은 발 디딜틈 없이 가득 들어찼다. 직장인 박종희(33)씨는 "발이 반쯤 뜬 채로 지하철을 타고 왔다"면서 "눈 때문인지 평소보다 사람이 1.5배 많았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일부 구간은 오전 9시가 지나서도 혼잡이 이어졌다. 7호선 내방역으로 출근하는 강모(28)씨는 "평소에는 앉아서 갈 수 있는데 오늘은 내내 서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요대로에는 이른 시각부터 제설작업이 이뤄져 눈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버스 등이 서행한 탓에 이동 속도는 현저히 느렸다. 경기 수원에서 출퇴근하는 강모(29)씨는 "10분 배차 버스를 20분이나 걸려서 겨우 탔다"면서 "일찍 나왔으니 망정이지 간신히 지각만 면했다"고 했다. 직장인 윤모(41)씨 역시 "집 앞 큰 도로에서도 차들이 거북이처럼 기어가고 있었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오가는 보도에도 눈이 쌓이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빙판길이 만들어졌다. 건물 앞에선 직원들이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거나 제설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계속해서 날리는 눈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광화문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27)씨는 "100m도 안되는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두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며 "구두를 신고 출근했는데 미끄러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털어놨다.

이곳저곳에서 내리는 눈을 치우기 위한 손길도 분주했다. 신논현역 역사 관계자는 "출구 곳곳에 염화칼슘을 뿌려 미끄러지는 시민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미화원 조모(46)씨는 "오후 내내 눈이 온다고 하니 하루종일 제설작업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나주예 기자
김소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