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0일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지난 5일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된 지 15일 만이다. 특수본은 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청 간부 2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안팎에선 "특수본의 명운이 법원의 영장 발부에 달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총경과 송 경정은 특수본의 '1호' 구속영장 신청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영장이 기각되면 수사 동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특수본이 신청한 4명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책임자인 이 총경은 핼러윈 기간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사전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참사를 인지하고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경찰 대응을 지휘한 송 경정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됐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에도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 보내라"고 지시하는 등 특수본은 그가 적절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1일 두 사람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2주 동안 보강수사를 진행한 특수본은 이날 이 총경에 대해선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를 추가했다. 그는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쯤 사고 현장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상황보고서에는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 총경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항변했지만, 특수본은 그가 사고 당일 용산서 직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승인한 정황을 포착했다.
특수본은 이 총경이 사고 발생 20여 분 뒤인 오후 10시 35분쯤 이미 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참고인 진술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경은 줄곧 "오후 11시에서야 상황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를 예견하지 못한 만큼 과실 논리는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특수본이 시종일관 '몰랐다'고 잡아떼는 이 총경 진술과 배치되는 객관적 근거를 최대한 많이 제시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재판부에 강조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영장이 신청됐다. 주최자가 있든 없든, 지역축제 안전관리 책임은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용산구청)에 있는데, 두 사람 모두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다. 특수본은 최 과장에 대해선 "사고 발생 후 재난 사태 수습에 필요한 조치 등을 의식적으로 방기한 사실이 확인돼 직무유기 혐의로 추가 입건해 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수본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문인환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에 대해선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영장을 반려했다.
이 총경 등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다. 영장이 발부될 경우 특수본은 수사를 이어갈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송은영 이태원역장에 대해서도 추가로 신병 확보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및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윗선'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본은 이미 행안부의 부실대응과 관련한 1차 조사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반면 이번에도 영장이 기각되면 "애초에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과 함께 특수본 수사는 사실상 특별한 성과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출범 50일이 지나도록 참사 원인 규명이라는 사건 본류와 관련해 구속 피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