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가 수의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자 대한수의사회(이하 수의사회)와 전국 동물병원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매서운 동장군에도 수의사회 임원들이 국회 앞에서 수의대 신설을 결사반대하는 깜짝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반대 공론화엔 역부족이다. 철저히 집단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였던 수의사회의 과거를 되돌아보면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어 보인다.
임기 말, 회장 선거를 앞둔 시기라 회원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하는 수의사회 집행부의 절실함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오직 수의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행부가 되겠다"는 임기 초의 다짐과 신념을 굳게 지킨 것이기에 나무라기도 민망하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수의사회가 공익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의사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수의사회는 운영 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비를 국가로부터 보조받는 공익적 법인이기 때문이다. 수의사회의 공익적 가치 추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란 얘기다. 따라서 수의사 집단 이익은 허상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수(약 1,000만 마리)를 동물병원수(약 3,000개)로 나누면, 병원당 약 3,000마리의 동물 건강을 책임진다는 셈이 나온다. 만약 반려동물이 매달 한 번씩 내원한다면 동물병원은 하루에 100마리를 진료해야만 한다. 불가능한 수치다. 단순한 계산으로도 보호자의 소득 수준이 높지 않으면 동물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연맹의 과거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 10명 중 8명이 동물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최대 80배의 진료비 차이를 보인다는 통계는 반려인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수의사의 과실로 급사하거나 영구 장애를 갖게 된 피해 가족의 고통이 언론에 심심찮게 보도된다.
돈이 없으면 의료 서비스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그 서비스 비용조차 고무줄같이 늘어났다 줄어들며, 수의사의 황당한 과실로 동물 의료 사고가 발생해도 수의사회는 대책을 마련하거나 사과하지 않았으며 별일 아닌 듯 침묵했다. 오히려 반려인들의 비용 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표준수가제를 반대하고, 광견병 접종비를 올리려 한다. 수의대 신설 반대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 아닌가.
동물 의료 시스템에 여러 가지 허점이 드러나는데도 집단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수의사회에 어떤 국민이 지지를 보내겠는가. 수의대 신설이 혈세 낭비라고 하는데 본인들은 떳떳한지 되묻고 싶다. 집단 이기주의에 호소하여 밥그릇을 지키려는 구태를 이제는 멈춰야 한다. 수의사회의 부끄러운 행태로 말미암아, 지역에서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수의사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수의사법에 존립 근거 조항이 남아있는 한, 수의사회는 공익성을 지키는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