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왕실의 장녀 '프린세스 파'(Princess PA)의 갑작스러운 입원 소식에, 태국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그의 쾌유를 기도하고 있다. 그는 태국에서 현직 검사로 활동해 '검사 프린세스'로도 불린다.
태국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건강 회복을 바라는 것은, 평소 공주가 보여온 모범적인 행실에 깊은 신뢰를 가지고 있어서다. 왕위 서열 1위인 그의 행보는 끊임없는 사치와 구설로 비판받아 온 현 국왕과 대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 공주(프린세스 파)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파 공주는 지난 15일 북동부 나콘라차시마주(州)에서 개최된 육군 군견 대회에 자신의 애완견과 훈련하던 중 심장에 고통을 느끼고 쓰러졌다. 육군은 응급처치 후 파 공주를 헬리콥터로 이송했으며, 현재 그는 방콕 쭐라롱껀대학병원에 입원 중이다.
그녀의 입원 소식에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파 공주의 사망설이 급속히 퍼졌다. 이에 병원 측은 전날 "파 공주가 심장·신장·폐 등에 이상 증세가 있다"면서도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상태는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파 공주의 건강 상태가 나쁜 것은 맞지만, 곧 사망할 정도로 위중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태국인들은 파 공주를 위한 쾌유 기도를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입원 이튿날인 16일부터 전국 각지에서 시작된 '파 공주 쾌유 기도'는 현재 각급 학교와 유치원·공공장소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의 초상화 앞에 헌화를 하거나 건강 회복을 기도하는 방식이다.
같은 시간, 태국의 모든 종교인들도 일제히 파 공주의 쾌유를 기원했다. 태국의 국교인 불교 승려들은 매일 수도원에서 쾌유 기원 기도회를 진행 중이며, 태국 이슬람사무소·가톨릭 주교회의도 전날부터 파 공주의 일상생활 복귀를 기도하기 시작했다.
파 공주에 대한 국민적 응원은 그의 지난 행보를 보면 이해 가능하다. 1978년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첫째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파 공주는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뒤 태국에서 검사로 임용돼 활동했다. 그는 이후 유엔(UN)대사와 주오스트리아 태국 대사 등도 맡았으며 최근까진 왕실 호위대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에 파 공주는 여성 재소자 등 약자에 대한 인권 운동에도 적극 참여했다. 통상 왕실 가족들이 막대한 예산을 펑펑 쓰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것과 달리, 현실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국민들과 함께 호흡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독일 고급 호텔로 도피한 현 국왕과 대비되며 '왕실의 진정한 모범'으로도 불렸다.
갈수록 명망이 높아지고 있는 파 공주는 세 명의 태국 왕실 후계자 중 선두에 서 있다. 태국은 지난 1974년 공주도 왕위를 계승할 수 있도록 개헌을 한 상태다.
만약 파 공주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국왕과 세 번째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디파콘 왕자가 국왕이 된다. 하지만 디파콘 왕자 역시 현재 건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 공주의 회복 여부에 따라 태국의 차기 왕권 승계 구도가 오리무중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