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출근길 탑승 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시가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 카드를 꺼내 들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9일엔 경찰과 철도경찰까지 나서 장애인들의 지하철 탑승을 저지시키며 충돌도 빚어졌다. 전장연은 무정차 조치에 맞서, 시위 장소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는 '게릴라' 집회로 맞서며 대응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전장연 측은 무정차 조치가 '갈라치기 정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19일 저녁 MBC 라디오에 나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갈라치고,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높이려는 의도"라며 "장애인들을 제압하듯 (공권력이 나서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열차 지연과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정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물리력을 행사해 이동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도 지난 16일 무정차 통과 조치 규탄 기자회견에서 "장애인들은 서지 않는 버스, 서지 않는 택시, 서지 않는 열차 앞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람들"이라며 "'무정차'라고 하는 세 글자는 이 나라에서 장애인들이 평생 동안 당해온 차별과 폭력을 압축한 말이다. 당국에서 장애인들을 협박하며 쓰고 있다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무정차 통과는 장애인 시위 탄압할 때가 아니라 10·29 이태원 참사 때 했어야 합니다. 시위하는 장애인도 서울교통공사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시민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반면 시위 방식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여전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며 "게릴라식 시위는 도를 넘었다"고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는 장애인 이동권 예산 확보를 위해 시작됐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고를 계기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떠올랐고 장애인 권리 입법과 예산 확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21년째 지속돼 왔다. 국회 앞 농성도 600일을 넘겼고,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들 자택 방문 시위까지 벌였지만, 소득은 없었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길 선전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시민들에게 늘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지만 21년을 외쳐도 대답 없는 대한민국에 저희들의 말을 전달할 수 있는 길"이라며 장애인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