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겨냥한 '문재인 정부 집값 통계 조작 의혹' 따져보니

입력
2022.12.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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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부동산 집값 통계 시장 상황과 달라
표본 추출 방식, 조사원 가격 임의 조작이 관건
조사원 300명이 거래가능가격 추산하는 구조
전문가 "외부의 요구나 지시에 취약한 시스템"
원희룡 국토부 장관 "철저히 수사 협력할 것"

감사원의 문재인 정부 부동산 관련 ‘통계 조작’ 의혹 조사의 핵심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의 집값 통계다. 1만7,000여 표본 가구를 놓고 ‘거래 가능한 가격’을 추산해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락 혹은 조작이 있었을 가능성과, 그렇다면 이를 지시, 동조할 수 있는 지휘 체계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원이 주목하는 부동산원의 통계 자료는 부동산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이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근거로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서울 집값은 11%,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같은 기간 KB주택가격동향의 매매 중위가격을 토대로 서울 집값 34%, 아파트값은 52% 각각 상승했다고 발표한 것과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경실련이 "국토부와 청와대는 조작된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했다"며 그해 8월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선 매매가격을 산출하기 위한 표본 추출이 적절했는지가 감사 대상이다. 현재 부동산원은 전국주택가격동향 월간 조사 기준 약 3만5,000가구의 아파트를 표본으로 삼아 조사한다. 김 전 장관이 인용했던 시기인 2020년은 1만7,000여 가구였다. 통상 표본 가구는 통계청 승인하에 전문연구 용역이 선정한다. 여론의 민감성, 시세 조작 우려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는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 인해 표본이 사라질 수 있어 3~5년 주기로 표본 재설계를 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미래에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는 예측하기 어려워 사전에 시세 변동률에 맞추기 위한 표본을 뽑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사원이 표본 가구의 가격동향 숫자를 임의적으로 입력했는지도 집중 조사 대상이다. 부동산원은 전국 30개 지사에서 조사원 300여 명이 지역별로 담당자를 정해 표본 단지의 실거래가, 주변 시세 등을 반영해 가격을 추산한다. 다른 단지의 시세가 올라도 표본 아파트의 거래가 없으면 조사원이 자의적으로 거래 가능 가격을 추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조사원의 현장 조사로 입력된 거래가격을 다시 10명 남짓한 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처 주택통계부가 취합해 통계자료를 만든다. 이 교수는 “부동산 중개소를 대상으로 여러 사람들이 가격을 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부 조사원이 가격을 집계하고, 이를 또 취합한다”며 “갑자기 오르거나 낮은 가격을 반영해야 할 경우 외부의 요구나 지시, 입김이 작동할 수 있는 취약한 구조인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가격이 급등한 일부 아파트 단지를 배제 혹은 누락하거나 주변 거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입력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또 국토부나 청와대 등 외부의 압력으로 수정됐거나 표본 자체를 왜곡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는 감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8일 "통계를 건드리고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이고 국가의 시스템을 파괴한 것"이라며 "(직원들이) 철저히 수사에 협력하도록 지침을 내렸고,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과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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