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9일 차기 전당대회에서 국민 여론조사 없이 당원투표 100%로 당대표를 선출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른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당권주자를 차기 당대표로 세우기 위한 작업의 신호탄이라는 평가 속에 친윤석열(친윤)계와 비윤석열(비윤)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차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적용해 온 현행 '당원투표 70%·일반 국민여론조사 30%' 룰을 '당원투표 100%'로 변경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아울러 오는 20일 상임전국위, 23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 등을 소집해 이번 주에 당헌 개정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 '정진석 비대위' 임기가 끝나기 전인 내년 3월 초 전당대회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내년 1월 초부터 후보 등록 등 당권 레이스에 돌입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전대 룰 개정에 나선 것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당대표는 당원이 뽑고 당원이 당의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질문에 답을 하는 여론조사는 소극적·일시적 행위로써 자발적·적극적 행위인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고 전대 룰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기로 했고, 전국단위 선거의 각종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반영할 경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는 내용의 당규 개정안도 의결했다. 현행 '당원투표 50%·일반 국민여론조사 50%'인 대통령 후보 경선과 공직선거 후보 경선 등에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당대표를 '당원투표 100%'로 선출하는 방식뿐 아니라 결선투표제가 사실상 윤심을 등에 업은 당권주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당권주자 중 국민여론조사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들은 비윤계인 유승민 전 의원과 친윤계 핵심과는 거리가 있는 안철수 의원이기 때문이다. 친윤계 중심으로 '당원투표 100%' 전대 룰 변경 요구 목소리가 컸던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결선투표제도 친윤계 주자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친윤계 대 비윤계' 주자 간 1대 1 대결 구도를 만들어 친윤계 주자들 간 단일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원투표 비중 확대가 친윤계 주자에게 유리하다고 속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친윤계와 갈등했던 이준석 대표 체제 당시 대거 입당한 2030세대 당원들의 표심이 윤심에 의해 움직일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2024년 총선 승리가 가장 중요한 임무인 차기 당대표를 민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선출하는 것이 중도층을 포함한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당내 우려도 여전하다.
전대 룰 변경을 담은 당헌 개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일부 당권주자와 비윤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질 전망이다.
유 전 의원은 KBS에 출연해 "민심을 무시하고 민심을 완전히 배제하고 민심을 싫어하는 마인드로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느냐"며 "유승민 한 사람을 잡으려고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권력의 폭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의원도 KBS 라디오에서 "당대표를 뽑는 게 골목대장이나 친목회장을 뽑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민 앞에서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총선에 도움이 된다"고 작심 비판했다. 친윤계 핵심은 아닌 윤상현 의원도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며 "룰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유불리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