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의 ‘국보 센터’ 박지수(24·청주 KB스타즈)가 공황장애를 딛고 코트로 돌아왔다. 지난 수개월간 농구공을 내려놓고 휴식과 치료에 집중하느라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196㎝ 장신 센터의 가공할 높이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박지수는 17일 경기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3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원큐와 원정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 3차전이 벌어진 4월 14일 이후 247일 만이다.
7분 58초만 뛰면서 2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 2블록슛에 그쳤지만 박지수의 존재만으로 KB스타즈는 큰 동력을 얻어 하나원큐를 77-60으로 꺾고 5연패를 끊었다. 아직 6개 팀 중 5위(3승 11패)지만 경기가 많이 남아 있어 박지수와 함께 대반격이 가능하다.
올해 8월 성적 압박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던 박지수는 한결 편안한 모습으로 코트에 섰다.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었지만 신인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뛰었다. 3쿼터 종료 7분 53초 전 투입된 후 첫 슈팅은 실패했지만 리바운드와 몸싸움으로 팀에 기여했다. 4쿼터 중반에는 중거리슛으로 첫 득점에 성공한 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에게 해맑게 웃으며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박지수는 경기 후 “다시 (코트에) 설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감사한 하루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복귀 과정에 대해서는 “3, 4개월 동안 집에서 아무것도 못해 운동량이 굉장히 적었고, 근육도 많이 빠진 상태”라며 “한 달 전쯤 구단 숙소에 복귀해 몸을 차근차근 만들었고, 내 의지와 합쳐져 복귀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첫 득점 후 김완수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장면에 대해선 “‘한 골 넣기가 이렇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훈련 분위기가 안 좋았을 때 감독님에게 ‘복귀하면 하이파이브를 할 테니 받아달라’고 얘기했던 게 갑자기 생각나 달려갔다”며 웃었다.
소녀처럼 밝던 박지수는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의 아픔을 다 보셨다”면서 “부모님이 내 병명을 들었을 때는 ‘단지 마음의 상처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아픈 걸 보고 나니 심하다는 걸 아셔서 정말 속상해하셨다”고 돌아봤다. 이어 “부모님 서포트 덕분에 이렇게 코트에 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두 아산 우리은행은 1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BNK와의 경기에서 67-63으로 승리, 파죽의 11연승을 질주했다. 14승(1패)째를 올리며 2위 용인 삼성생명(9승 5패)와 격차를 4.5경기로 벌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