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노동자의 23%가 일터에서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중 절반은 괴롭힘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는데 시간 낭비라는 생각과 평판에 해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최근 국제노동기구(ILO)·로이드재단과 공동 추진한 '직장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경험: 첫 번째 세계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121개국 근로자 7만5,000명이 참여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 실태를 세계적 차원에서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 직장에서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괴롭힘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폭력과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한 근로자는 23%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7억5,000만 명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괴롭힘은 정신적 폭력과 괴롭힘으로, 응답자의 18%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은 모욕, 위협, 괴롭힘, 협박 등 다양한 양태를 보이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거의 5억9,000만 명 근로자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다음으로는 구타, 침 뱉기 등과 같은 신체적 폭력으로 근로자 10명 중 거의 1명(9%·2억8,000만 명)이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원치 않는 성적 접촉, 댓글, 사진, 이메일이나 요청 등으로 나타나는 성폭력 및 성적 괴롭힘에서는 성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전 세계 근로자의 6%(2억 명 이상)가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여성 응답자의 8%, 남성 응답자의 5%로 여성이 경험한 비율이 크게 높았다.
보고서는 평생 동안 직장 생활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사람 중 3명 중 1명(32%)꼴로 두 가지 형태 이상의 괴롭힘을 경험했고, 6%는 세 가지 괴롭힘을 모두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또한 괴롭힘 사실을 자진 신고한 피해자의 61%는 괴롭힘을 3회 이상 경험했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층과 여성은 직장 괴롭힘에 취약한 계층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의 경험만 질문했을 때 직장에서 폭력과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18%였는데, 15~24세에서는 이 수치가 23%로 증가했다. 또 젊은 여성이 성폭력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9%)은 젊은 남성(4%)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았다.
직장 폭력이나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는 거의 절반이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직장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의 54%만이 자신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50%)보다는 여성(61%)이 더 많았는데, 이는 (여성에게 더 빈번한) 성폭력 및 괴롭힘 피해자(62%)가 신체적 폭력 및 괴롭힘 피해자(38%)에 비해 신고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와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직장 내 폭력 및 괴롭힘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이유는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55%)였다. 자신의 평판에 해가 될까 두렵다(45%), 직장에서의 보고 절차가 불투명하다(43%), 경찰이나 지역사회 지도자·근로감독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다(43%), 동료들이 알게 될까 걱정된다(41%)는 응답도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