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에 발목? 7개월 만에 스스로 물러나는 백경란 질병청장

입력
2022.12.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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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이해충돌 누차 지적, 국회법 위반 고발까지
후임자로 지영미 한국파스퇴르연구소장 내정
질병청 "논란과 관계 없어, 소임 다했다는 판단"

'과학 방역'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첫 방역수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불과 7개월 만에 스스로 물러난다. 취임 전 바이오 관련 주식을 보유해 불거진 '이해충돌 논란'이 사퇴 이유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백경란 질병청장 후임으로 지영미 파스퇴르연구소 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업무 관련 주식을 보유해 야권의 비판을 받은 백 청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해 이뤄진 후속 인사다.

백 청장은 코로나19 백신안전성위원회 자문위원,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을 지낸 감염병 전문가로 지난 5월 18일 전임인 정은경 전 청장에 이어 2대 질병청장이 됐다. 하지만 취임 전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신테카바이오 등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바이오 기업 주식을 보유해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야권은 사퇴를 요구했고 백 청장은 해당 주식을 모두 처분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특히 올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백 청장의 주식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했지만 백 청장은 거부했다. 이에 복지위는 검찰 고발을 의결한 뒤 지난달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여기에 남동생이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사 사외이사에 지원하며 백 청장이 누나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또 한번 논란이 됐다. 정관계에서는 이에 부담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짐작하지만 백 청장은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질병청을 통해 "근거기반 방역의 기틀을 잘 마련했고 일상회복 로드맵도 완성 단계라 소임을 다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백 청장은 후임자 취임 전까지 업무를 계속해도 질병청 전신인 질병관리본부 시절을 포함해 사실상 최단 기간 방역수장으로 남게 됐다. 1대 정은경 전 청장은 질병관리본부장을 포함해 4년 10개월간 방역수장을 지냈다.

백 청장 후임으로 내정된 지영미 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서울대 법대 동창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의 부인이다. 서울대 의대 80학번으로 같은 대학 같은 학과 81학번인 백 청장보다 1년 선배이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과 면역병리센터장을 역임했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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