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49재를 맞은 16일 시민들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158명이 황망히 스러져간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최근 한 생존자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일도 있었다. 수많은 시민이 추모 현장을 찾아 여전히 아물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상처에 함께 아파했다. 참사 발생 두 달이 다 돼가도록 국정조사는 시작도 못 했고 경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책임진 사람이 아무도 없다. 분노하는 유가족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정부와 국회는 더 늦기 전에 응답해야 한다.
법적 책임을 가리는 경찰 수사가 핵심 피의자들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답보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정치적 책임을 묻고 국가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 국정조사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국회는 예산안 처리가 먼저라며 국정조사 기간 45일 중 벌써 절반 이상을 흘려보냈다. 참사와 무관한 내년 나라 살림을 이유로 국정조사 진척은커녕 착수조차 안 했으니 여야 모두 책임을 방기했다. 여야가 정치적 득실을 따지느라 국정조사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사이 유가족이 파면을 요구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15일 생중계된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보란 듯 국민 앞에 섰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무슨 경우에라도 내주부터는 국정조사를 본격 가동하겠다”면서 야 3당끼리라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다음 달 7일까지인 조사 기간을 연장할 필요성도 인정했다. 국정조사 의지를 다잡은 점에선 다행스러우나 여당이 빠진 조사는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 사의를 표명한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도 책임 있는 자세로 복귀해야 할 것이다.
도 넘은 말로 유가족에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 정치인, 참사 생존자의 안타까운 죽음을 본인 의지 탓으로 돌리는 공직자도 더 이상 없기 바란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늦어지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울 유가족, 지워지지 않는 기억에 힘들어하고 있을 생존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