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샘플을 우리나라 등 다른 국가에 보내 직접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내년에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혀 주변국의 우려가 커지자 검증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16일 외교부 기자단 인터뷰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방류할 물의 샘플을 보내 실험실에서 살펴보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IAEA는 오염수 샘플을 중국 등 다른 주변국에도 보낼 예정이다. 올해 두 차례 일본을 방문해 안전성을 검증했던 IAEA의 태스크포스(TF)에도 한국 전문가가 포함돼 있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각국에 오염수를 보내는 건) 어떤 조작도 없음을 보여주고, 과학적으로 의심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9개월째 전쟁 중인 러시아가 핵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핵무기 사용의 전조가 아직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내가 집중하는 건 핵무기 사용보다 핵사고 위험"이라며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이 우크라이나에 있는데 포격이 지속되고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사고 위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반도 정세의 최대 불안요인인 북핵과 관련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물질과 핵분리, 플로토늄 재생산을 하는 등 무기급 핵 프로그램 보유 노력을 지속한다는 정보가 있다”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IAEA가 대화 창구 등 더 큰 역할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