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문제는)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지금도 그 입장은 다르지 않다."
야당 주도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지 하루 만인 지난 12일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이다. '선(先) 조사 후(後) 문책' 원칙을 재확인하는 말로, 해임안을 사실상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국민 10명 중 6명은 이 장관에 대한 윤 대통령의 해임안 거부가 잘못됐다고 답했다.
16일 미디어토마토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장관에 대한 국회 해임건의안을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한 것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은 58.6%로 절반이 넘었다. '잘한 결정'이라는 응답은 32.1%, 잘 모름은 9.3%였다. '잘못'이란 의견은 전 세대와 모든 지역을 막론하고 더 높았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중도층에서도 61.7%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다'고 답했다.
이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은 참사 이후 꾸준했다.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이 55.8%로 과반이었다. 반대한다는 34.2%였다. 서울 이태원 참사 책임을 지고 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65%에 달하는 조사(한길리서치)도 있었다.
유족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최경아 준비위원은 전날 밤 CBS 라디오에 나와 "이 장관을 끝까지 감싼다면, 정권 유지할 때까지 너무나 무거운 짐을 안고 가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도 드러냈다. 최근 국민의힘 인사들의 잇따른 부적절한 발언을 떠올리면서다. 이른바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의원은 '이태원이 세월호의 길을 가선 안 된다', '애초에 국정조사 합의를 해주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유족에 대한 비난으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국민의힘 소속 창원시 시의원의 망언도 있었다.
최 위원은 "(세 사람의 발언이) 국민의힘 당원들 분위기이고, 대통령의 입이라 생각한다"며 "최고 통수권자가 계속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속에서도 여당 의원들이 그런 헛소리를 감히 하는 것은 뻔하지 않느냐. 대통령의 생각을 알기에 그런 헛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의 생각이 그들의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유족들은 또 대통령실과 연락할 대화채널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 위원은 "저희가 민변 사무실을 통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통령실이나 지자체에서 (연락 온 것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아, 이날 저녁 6시부터 이태원역 도로 앞에서 시민추모제를 연다. 추모제 이름은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과 대통령에게 가닿기를 바라는 유족들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