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이태원 참사 생존 고교생을 두고 "더 굳건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공감능력 제로"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안타까운 비극 앞에서 총리가 할 말인가"라며 이같이 질타했다. 그는 "참사를 겪고 바로 곁에 있던 친구 둘을 잃고 고통에 얼마나 짓눌렀으면 그 어린 학생이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지 전혀 헤아리지 못한다는 건가"라며 "생존자들이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음을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책임을 회피하나' 이런 생각만 하니까 저런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생존자들에게, 희생자들에게, 유가족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참사 생존자의 극단 선택과 관련 "굉장히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도 "본인이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뉘앙스의 발언이다. 한 총리는 이어 "보건복지부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치료를 받았던 것 같고, 지원센터에 그런 어려움을 충분히 제기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생존자 지원은 충분했고, 희생자의 의지가 약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읽힐 만한 내용이다.
이와 관련 야권을 중심으로 한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자 총리실은 "한 총리의 발언은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일 뿐, 비극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거나 국가의 책무를 벗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한편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맞은 16일 대한불교조계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 특설 무대에서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위령제(49재)'를 봉행한다.
조계종 어산종장 화암스님이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천도 의식을 집전한다. 유족이 희생자 합동 위패와 위령제 참여를 희망한 영정 65위, 위패 77위를 모시고 불교 전통 의식으로 치른다. 유족 150여 명은 위령제에 직접 참석한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보인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등 스님 100여 명과 신도 500여 명도 자리할 예정이다.
이날 오후 6시에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앞 도로에서 시민 추모제가 열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공동으로 주최한다.
4개 종단(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의 종교의식을 시작으로 희생자 유가족·친구·최초 신고자 등의 발언, 추모 영상 상영 등이 이어진다. 추모객이 몰리면 4개 차선이 모두 통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