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증오의 확산을 멈추고 게시물을 적절하게 관리했다면 아버지는 살아 있을 것입니다."
총격으로 아버지를 잃은 아들이 이 같은 논리를 들어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 2조 원대 소송을 제기했다. 아버지를 표적 삼은 인종차별 게시물이 페이스북에 올라온 후 괴한의 습격을 받았으니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부자는 최대 60만 명이 숨진 에티오피아 내전에서 '인종 청소'의 대상이 됐던 티그라이족 일원이다.
14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티그라이족 학자인 아브르함 메아레그는 케냐 고등법원에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피해 보상액은 2,500억 케냐실링(약 2조6,563억 원)에 달한다. 페이스북이 증오·폭력을 선동하는 게시물을 방치할 뿐 아니라 알고리즘을 통해 퍼뜨리면서 에티오피아 내전을 부추겼다는 이유다. 에티오피아인의 약 10%가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메아레그는 페이스북 게시물 때문에 아버지 메아레그 아마레 아브라하가 암살됐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0월 아브라하가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내전을 벌이는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과 연관됐다는 비방성 게시물이 올라왔고, 아버지는 같은 해 11월 3일 집 앞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게시물에는 아브라하의 주소와 함께 그를 죽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메아레그가 수차례 페이스북에 신고했음에도 게시물은 삭제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숨진 뒤에야 사라졌다.
메아레그는 "제 가족처럼 고통 받는 사람이 없도록 페이스북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페이스북 때문에 상처 받은 수백만 명의 동료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정의와 제 아버지를 살해한 데 대한 사과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의 유해한 비즈니스 모델에 제동을 걸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플라비아 므완고브야 앰네스티 지역 부국장은 "페이스북에서의 위험한 콘텐츠 확산은 메타의 이익 추구의 핵심"이라며 "메타의 시스템은 (증오 콘텐츠에) 사람들이 계속 참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폭력과 혐오를 유발한다는 혐의를 받아 왔지만 메타는 조치를 취하는 데 게을렀다.
페이스북은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 난민들로부터 집단학살 방조 책임을 묻는 집단 소송에 휘말린 바 있다. 지난해 미국과 영국에서 제기된 소송의 손해배상액은 각각 1,500억 달러(약 195조 원)와 1,500억 파운드(약 242조 원) 규모다. 당시 페이스북이 의뢰해 꾸린 조사위원회도 "페이스북이 혐오를 퍼뜨리고 위해를 가하려는 이들의 도구가 됐으며 페이스북 게시물은 오프라인 폭력과도 연결됐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