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바닥난 러시아, 추우면 고장나는 '이란제 드론' 개조 성공했나

입력
2022.12.15 19:45
오데사 이어 키이우에도 드론 공격 재개
결빙 취약한 이란제 드론 개조 성공한 듯

러시아가 이란제 살상용 드론(무인기)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또다시 기습 공격을 시도했다. 방공망에 대부분 격추돼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러시아군이 겨울철 기후에 취약한 이란제 드론을 개조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공습경보가 울린 직후 수차례 번쩍이는 불빛과 폭발음이 관측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키이우를 공격한 이란제 드론 13대를 모두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정부 건물 2채와 인근 주택 4채가 피해를 입었으나 사상자는 없었다. 격추된 드론 일부에서는 ‘랴잔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라쟌에 위치한 댜길레보 공군기지를 기습 타격한 데 대한 보복성 공격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러시아는 최근 들어 드론보다는 주로 미사일을 장거리 공격 무기로 사용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제 드론 재고가 부족하거나 바닥났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또 매우 춥고 습한 우크라이나 겨울 날씨 탓에 드론 부대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란제 드론은 덥고 건조한 기후에서 제작돼 결빙 상황에 취약하다.

러시아는 이달 10일 우크라이나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 에너지시설에 드론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 키이우에도 드론 공습을 시도하면서 드론 공격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YT는 “몇 주간 러시아의 드론 공격이 중단되면서 이란제 드론에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자아냈다”며 “이번 키이우 공격은 그러한 문제가 있었다면 이제는 해결됐다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최근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우크라이나 남부군 대변인도 “드론 날개와 기체 표면에 얼음이 얼면 오작동될 수 있다”며 “러시아가 기후 조건에 맞춰 드론 성능을 보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14일 키이우 아침 기온은 영하 5도였다.

미사일 바닥난 러시아, 혹한기용 드론 개조 가능성

드론은 미사일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격추되기 쉽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한꺼번에 수십~수백 대를 발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사일 재고가 떨어진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을 혹한에 견디도록 개조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다면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무력화해 민간 시설이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앞서 드론 공격을 받은 오데사에선 150만 명이 정전 피해를 겪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발전소와 전력망이 모조리 파괴돼 혹한과 어둠 속에 고통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에 방공망 강화를 요청했고, 국제사회는 즉각 지원에 나섰다. 미국 CNN방송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보내는 계획을 승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해 46개국도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에서 10억 유로(약 1조4,000억 원) 규모 원조를 약속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