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되찾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과 달 탐사 계획을 경제 협력에 활용하고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지원하는 차별된 방식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49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를 8년 만에 워싱턴에 모아 550억 달러(약 71조5,000억 원) 규모 투자 계획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ㆍ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아프리카 대표단과의 비즈니스 포럼에서 “미국은 아프리카에 ‘올인’하고 있다”며 “우리는 함께 누구도 뒤처지지 않을 기회가 있는 미래를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1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정상회의는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개최된 뒤 두 번째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모두 재임 기간 아프리카를 방문하고 무역 강화, 에이즈·말라리아 대응, 전기 공급망 지원 등의 계획을 발표하고 지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를 ‘오두막’이라는 표현으로 비하하고, 아프리카를 대륙이 아닌 국가처럼 말하는 등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그사이 중국은 물론 러시아,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 특히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와의 무역 규모가 2,610억 달러(약 340조 원)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하는 등 같은 기간 640억 달러 규모에 그친 미국과 격차를 벌렸다. 이에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2년간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며 영향력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도로, 다리, 공항 등 물리적인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투자에 집중한 중국과 달리 미국은 클린에너지 전환, 디지털 경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또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겨냥한 사이버 보안 협력, 마이크로소프트의 파트너십 체결 및 아프리카 기업가 코딩 교육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된 광물을 이웃 잠비아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계획을 미국이 지지하는 등 아프리카 공급망 유지 목표도 들어갔다고 NYT는 소개했다.
나이지리아와 르완다는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한 첫 아프리카 국가가 됐다.
미국은 △아프리카연합(AU)의 주요 20개국(G20) 영구 가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아프리카 대륙 국가 포함 등을 지지하기로 했다. 또 AFCFTA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AFCFTA가 활성화하면 인구 13억 명, 총 3조4,000억 달러 규모 시장이 열리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아프리카에) 정치적 의무를 지게 하거나 의존성을 키우는 게 아니라 공유된 성공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