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0년' 항공사가 왜 CES에?... 美델타항공 "AI로 비행 경험 혁신"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세계 최대 규모 원형공연장 스피어.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5'의 개막 첫날인 이날, 1만8,600개 객석이 빈자리 없이 가득 찼다. 2023년 9월 개관 이후 처음으로 스피어에서 열리는 CES 기조연설을 직접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이날 기조연설의 주인공은 기술업계 거물이 아니었다. 설립 100년을 맞은 미국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였다. 예정된 오후 6시 정각, 바스티안 CEO가 무대에 올라 인사를 마치자 전면의 화면이 비행기 조종석의 앞창으로 바뀌었다. 한 시간가량 이어질 기조연설을 자신과 함께하는 비행 경험으로 묘사한 것이다. 공연장 화면은 360도 사방 중 270도를 꽉 채우고 있어, 화면이 변하자 진짜 조종석으로 순간이동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화면 속 비행기가 서서히 앞으로 움직이다가 날아오르자 객석에서는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비행기가 살짝 흔들릴 땐 앉아 있는 의자도 진동해 몰입감이 극대화됐다. 화면은 약 1시간 동안 구름 낀 파란 하늘부터 빨간 노을까지,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다가 연설 종료와 함께 불꽃이 터지는 밤하늘로 변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 온 프리랜서 기자 조시 더럼은 "평평한 화면에 그림과 영상을 띄우는 일반적 연설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델타항공이 스피어를 연설 무대로 택한 것은 '변화의 의지'를 극적으로 보여 주려는 장치였다. 델타항공은 올해로 창사 100주년인 미국 대표 항공사로, 바스티안 CEO는 "2025년을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생성형 AI 접목을 통해 훨씬 편리하고 개인화된 비행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델타는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AI 비서 '델타항공 컨시어지'를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델타항공 애플리케이션에 통합돼 여행 전 체크인 방법, 게이트 안내, 목적지 날씨 등을 안내해 주고, 여권 만료일이나 각국 비자 요건 등에 대한 이용자 질문에도 답한다. 궁극적으로는 더 복잡하고 개인화된 명령까지도 수행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이날 델타의 시연 영상에서 AI 비서는 탑승객에게 음성으로 공항까지 가는 경로를 알려준 뒤 "밀릴 것 같은데 수직이착륙기(eVOLT)로 이동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이용자가 "좋다"고 답하자, 비서는 델타와 제휴를 맺은 eVOLT 서비스를 대신 예약해 줬다.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에도 AI가 들어온다. 승객들은 이전 시청 이력 등을 토대로 콘텐츠 추천을 받을 수 있고, 도착지의 교통 정보나 날씨에 기반해 최적 이동방법 등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바스티안 CEO는 "단순히 비행뿐만이 아니라,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