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온천 이용객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설 노후화로 이용객이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까지 겹치면서 온천시설들이 문을 닫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올 초 내놓은 ‘2022년 전국 온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온천 이용자 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년(4,219만 명) 대비 18.6% 감소한 3,435만6,000명을 기록했다. 행안부는 최근 10년간 5,000만 명을 넘긴 온천 이용객 급감의 이유를 코로나19 장기화에서 찾았다.
1994년 국내 첫 ‘온천관광특구’로 지정된 대전 유성온천은 지난해 93만3,000명만 이용해 처음 100만 명을 밑돌았다. 1970~80년대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어 한 때 연간 이용객이 500만 명을 넘었던 경남 창녕군 부곡온천도 지난해 이용객(264만9,000명)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다. 중부권 최고 온천관광지로 명성이 자자한 충북 충주 수안보온천도 지난해 이용자가 102만 명을 찍어 급감했다. 그나마 수도권과 가까워 이용객이 많았던 충남 아산 온양온천마저 지난해 이용객(263만5,000명)이 전년 대비 85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용객 급감은 시설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15일 온천관광업계에 따르면 107년 역사의 유성 최초 관광호텔인 ‘유성관광호텔’이 최근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텔을 헐고 주상복합 아파트로 개발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대전 유일의 5성급 호텔이었던 ‘리베라호텔’과 3성급 ‘아드리아호텔’도 문을 닫았다. ‘레전드호텔’도 지난해 5월부터 무기한 휴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천관광 자체가 쇠락하면서 온천으로 먹고 살던 호텔들도 덩달아 경영난에 빠졌다”며 “폐업한 호텔 부지가 주거용으로 바뀌어 이제 주거특구로 불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 온천시설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안보온천 대표 관광호텔인 ‘와이키키리조트’는 경영난을 못 이기고 2002년 일찌감치 폐업했다. 관광호텔과 온천시설 등을 모두 갖춘 국내 최초 테마파크 ‘부곡하와이’ 역시 2017년 적자에 허덕이다 영업을 종료했다.
지자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온천관광을 되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성구는 2025년까지 260억 원을 들여 ‘온천지구 관광거점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온천문화체험관, 온천관광코스 등이 새롭게 조성된다. 창녕군도 부곡온천지구 인근에 힐링 둘레길과 대규모 스포츠파크를 만들어 동계 전지훈련팀과 전국 규모 스포츠 대회 유치를 꾀하고 있다.
충주시 역시 의료ㆍ힐링ㆍ치유를 테마로 한 수안보온천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의료관광객들을 겨냥해 중부권 통합의학센터를 건립하고, 온천수를 활용한 의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19년간 방치된 와이키키리조트 부지에 복합휴양시설을 짓기 위한 민간투자협약도 체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젊은층 유입’을 온천관광 활성화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준재 한남대 컨벤션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테마가 있는 레저시설과 첨단 시설을 갖춘 공간 등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온천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