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했던 한 고등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12일 오후 이 고등학생에 대한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다음날 한 숙박업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한다. 이 학생은 참사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함께 갔던 친구 2명이 숨을 거두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고 이후 심한 자책감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심리상담을 꾸준히 받았지만 끝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생존자들과 유가족들이 참사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지난 8일에도 “아이가 보고 싶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전화를 건 한 유가족을 경찰이 고속도로에서 발견해 귀가시킨 일이 있었다.
수백 명에 이르는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상실감과 자책감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하는 일은 진상 규명만큼이나 중요한 우리 사회의 과제다. 심리상담과 같은 의료적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이 사회로부터 감정적 지지와 이해를 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반대로 진상 규명, 책임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바라는 이들의 요구를 정권에 대한 도전이나 위협으로 인식해 불만을 억누르면 더 큰 사회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조롱하고 매도하는 여당 인사들의 막말은 귀를 의심하게 한다. 국민의힘 경남 창원시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나라를 구하다 죽었냐’고 조롱했고, 유가족에 대해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이라고 모욕하기도 했다. 유족협의회 출범 소식에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 시민단체 횡령에 악용될 수 있다”고 했던 권성동 의원은 여전히 사과 한마디 없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정치인들의 발언에 큰 영향을 받는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엄한 징계를 내리기 바란다. 유가족들로부터 “정치인들이 2차 가해자”라는 호소가 나와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