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응해 서울시가 ‘무정차 방침’을 밝힌 후 서울교통공사가 14일 사다리 지참을 이유로 첫 열차 무정차 통과를 실행에 옮겼다. 전장연 측은 “과도한 조치”라고 반발했지만, 공사 측은 “운행 지연 행위가 맞다”고 맞섰다. 열차 운행이 최장 36분 동안 지연되는 등 출근길 시민들은 또 큰 불편을 겪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20분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관례대로 선전전 취지를 설명했다. 공사 측과 전장연의 충돌은 전장연 활동가들이 열차에 탑승하려던 오전 8시 36분 발생했다. 이날 선전전에는 휠체어를 탄 활동가 15명이 참석했는데, 1ㆍ2호차에 각각 8명, 7명으로 나눠 탑승할 계획이었다. 2호차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없었으나 1호차가 문제였다. 공사 직원들은 사다리를 들고 객차에 진입하려는 활동가를 막아섰다.
그러자 전장연 활동가들은 출입문과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를 멈춰 놓는 식으로 문 닫힘을 저지했고, 열차 출발이 7분 30초 정도 지연됐다. 공사 측은 즉각 오전 8시 44분 도착하는 다음 열차 한 대를 삼각지역에 세우지 않고 통과시켰다.
전장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선전전을 마친 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다리는 평소에도 반입하던 퍼포먼스 용품”이라며 “국가가 무정차라는 방식으로 기본권을 침해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갈라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사 측은 사다리 지참 행위 자체가 무정차 통과의 사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과거 전장연이 지하철 시위를 할 때 휠체어를 탄 활동가가 사다리를 목에 건 채 문 닫힘을 막아 열차 운행이 장시간 지연된 만큼 예방 조치라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사다리 반입을 저지하지 않았으면 열차 운행이 더 늦어졌을 것”이라며 “삼각지역에 내리지 못한 승객들이 (다음 정류장인) 숙대입구역에서 내려 삼각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버스를 비상대기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정차 조치는 삼각지역뿐 아니라 4호선 운행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당고개 방면은 총 36분, 오이도 방면 열차는 17분 운행이 지연됐다.
전장연은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1월 2일부터 강도를 높여 출근길 지하철 승ㆍ하차 시위를 재개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무정차 통과 방침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