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본격 시동을 건 주52시간 유연화를 두고 노동계에선 "과로사회 조장법"이란 우려가 나온다. 노동 시간 단축 역행 조치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중대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커져 시민들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측은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노동 시간 유연화가 야기할 위험성 또한 명확하다. 이번 권고안이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안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노동안전보건활동가로 활약해온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임상혁 녹색병원장과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의 라디오 인터뷰(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내용을 묶어 질의응답(Q&A) 형태로 정리했다.
Q.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연구해온 전문가 단체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안'의 핵심은 주52시간 근무제 유연화다. 업종 기업 특성에 맞게 운용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건데, 현행 주 최대 12시간에서 관리되던 연장근로 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1년 등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 1주 최대 52시간인 노동시간이 69시간까지 가능해진다.
임상혁: 정부는 노동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시간을 늘리게 되는 안이다. 장시간 노동보다 훨씬 나쁜 게 장시간 노동에 불규칙한 노동이다. 권고안은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로사회 조장법'이라 생각한다. 일본 사례를 들어보겠다. 과거엔 일본 간호사들이 3일 일하고 4일 쉬는 근로 형태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과로로 많이 죽고 의료사고까지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기자 간호협회까지 나서서 다시 8시간 근무로 전환했다.
Q. 권고안이 노동자들의 과로사를 부추길 위험이 크다는 건가.
김종진: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질병판정위원회에서 과로사로 인정하는 기준이 60시간이다. 권고안은 69시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임상혁: 60시간 인정기준은 노동부 시행령인데, 권고안대로라면 시행령도 위반하는 꼴이다.
Q. 한국 노동자들의 과로사 현황은 어떠한가.
임상혁: 과로로 인한 질병이 주로 뇌심혈관계 질환이다. 과로로 인해서 자율신경 기능이 망가지면 협심증,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 중대한 후유증을 남기는데 1년에 산업재해로만 인정되는 게 1,000건, 그중 500명이 사망한다. 신청건수는 2,500건 정도로 알고 있다.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란 거다. 밤늦게까지 일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자영업자 등 산재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원인으로 뇌심혈관계 질환이 2, 3위로 꼽히는데 해당 질환 사망률의 6,7%가 업무로 인한 사망이라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보건기구(WHO) 공동 발표도 있다. 그 수치만 따지면(과로사로 인한 사망자는) 1만~2만 명 수준이다.
Q. 노동자의 과로 누적이 초래할 또 다른 위험이 있다면.
임상혁: 더 무서운 건 사고다. 과로는 노동자 개인의 질환이나 과로사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다. 본인만의 사고가 아니라, 시민들까지 위험에 처하는 중대시민재해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Q. 전문가들의 권고안이다. 노동부 입장이 중요할 것 같은데.
임상혁: 노동운동 출신인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거부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장시간 노동의 폐해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게 노동부 아닌가. 대통령께서도 노동 약자 이야기 많이 하셨다. 장관이 진짜 노동 약자를 보호하는 안을 만들겠다고 하고 받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