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계의 장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경쟁 뜨거워진다

입력
2022.12.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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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케미칼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도전장


국내 기업들이 '자원계의 장어'로 여겨지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살부터 뼈, 꼬리, 쓸개까지 버릴 게 없다는 장어처럼 다 쓰고 난 배터리 내 자원을 잘 발라낼 경우 니켈과 코발트, 리튬, 망간, 흑연 등을 얻어 사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폐배터리 사업 진출의 장벽이었던 회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기업마다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성일하이텍과 업무협약 후 폐배터리 금속 재활용 사업에 나서기로 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두 회사의 기술력이 결합할 경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결론을 바탕으로 이뤄졌는데, SK이노베이션이 독자 개발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과 성일하이텍이 보유한 리튬·니켈·코발트·망간 회수 기술을 앞세워 내년에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성일하이텍과 합작회사 설립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차근히 폐배터리 자원 회수 기술력을 키워왔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수명이 다한 리튬이온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을 수산화리튬 형태로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7월 기업공개(IPO)에서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성일하이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규모 습식제련 공장을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 내 코발트·니켈·망간·구리·탄산리튬 등을 회수하고 있다.

관련 투자는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이차전지 핵심 소재 양극재·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폐배터리에서 새 배터리를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광물을 추출하기 위한 시설을 광양공장 부지에 짓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을 담당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 등을 통해 '배터리 소재 수직계열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 광양공장에선 자원 순환 로드맵 '착착'


최근 포스코홀딩스에서 폴란드 브젝돌니시에 준공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PLSC(Poland Legnica Sourcing Center)'에서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수거, 분쇄해 가루 형태의 중간가공품(블랙 매스)을 만들고, 이를 광양의 포스코HY클린메탈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블랙 메탈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뽑아내 새로운 배터리 소재를 만드는 데 활용해 자원 순환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안정적 배터리 소재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리튬 30만 톤(t), 니켈 22만t, 양극재 61만t, 음극재 32만t을 생산해 매출액 4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LG화학은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와 합작법인을 설립, 폐배터리 등에서 발생한 금속 분말에서 원료를 추출하는 '후처리 공정라인'을 도입할 예정이고, 코스모 화학과 한화솔루션 등도 폐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2050년엔 600조 원 규모"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내년에만 2,355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폐배터리는 2029년쯤엔 8만 개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전기차 보급 추이를 감안할 때 2030년대에 들어서는 10만 개를 훌쩍 넘길 거란 얘기다. 폐배터리 시장은 2050년까지 600조 원대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기술 개발의 핵심 목표는 폐배터리의 자원을 최대한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하게 효율적으로 재창출하느냐에 있다"며 "관련 기술을 놓고 더 경쟁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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