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케어 작심 비판한 尹, 건보 재정과 보장 절충점 찾아야

입력
2022.1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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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전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문재인 케어’에 대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문 케어가 "재정을 파탄시켜 건보 제도 근간을 해치고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했다”며 건보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건보 보장성 강화를 내세웠던 걸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작심 발언에는 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케어에 낭비성 정책이란 낙인을 찍고, 향후 건보정책의 무게중심을 지출 통제와 재정 안정에 두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발언에는 보장성 강화가 의료 남용을 부추기고 일부 병원과 무임승차자 배만 불린 탓에 건보 재정 위기를 초래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7월 감사원의 문 케어 실태 감사 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감사원은 보건복지부가 문 케어를 추진하면서 병원의 과다 수익을 방치했고, 초음파나 MRI(자기공명영상) 건보 심사도 부실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의학적 필요가 불명확한 검사가 많아져 2016~21년 건보 지출이 연평균 17.3%나 늘었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애초 근골격계로 확대하려던 초음파·MRI 건보 적용을 제한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문 케어로 병원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과잉 의료 이용과 무임승차 등은 정부가 관리를 강화해서도 막을 수 있는 문제다. 건보 적용 범위가 넓지 않아 국민들이 체감하는 의료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이를 보장성 강화라는 방향 자체를 비판하는 근거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과잉 의료를 잡겠다고 건보 보장을 줄이면 돈 때문에 치료를 제때 못 받는 서민이 늘고 의료 공공성이 무너질 수 있다. 꼭 필요한 검사나 치료는 보장을 넓혀가는 게 옳다. 지출통제가 지나쳐 건강보험 제도의 근본 목적인 보장성을 후퇴시키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