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지난주 끝났지만 파업 명분 중 하나인 안전운임제 연장 논의는 실종 상태이다. ‘선 복귀 후 대화’를 약속했던 정부는 안전운임제 원점 재논의로 입장을 바꿨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을 합의했고, 지난달 22일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제안했다. 이후 화물연대 파업이란 사정변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명백한 말 바꾸기다. 후속 논의는커녕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국토교통부도 복귀한 노동자들에 대한 처벌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강경대응의 총대를 멘 것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다. 원 장관은 12일 “파업으로 국민에게 큰 고통을 끼치고 국가경제에 손실을 미친 마당에 안전운임제를 원위치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안전운임제 원점 재검토 입장을 강조했다. 다단계·지입제 등 물류산업 구조개혁 논의까지 확장하자는 것이다. 복잡한 구조에 따른 운임 중간 착취와 과로·과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 근본 해법 논의는 꼭 필요하다.
문제는 3년 시한인 안전운임제의 시효가 연말 종료된다는 점이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은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심사로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으나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을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 장관은 “법이 정해지면 얼마든지 소급시킬 수 있다”고 했지만 화물운송시장의 혼란을 감안하면 정부 책임을 망각한 발언이다. 정부의 입장 변화에 화물연대 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등 노정 관계는 악화일로다.
파업 도중 노조의 불법행위에 책임을 묻는 것은 마땅하다. 그러나 시장질서의 공정한 중재자, 감독자여야 할 정부가 공공연하게 약속을 깨뜨려서는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안전운임의 적용 범위 확대와 지속 시행에 대한 찬성이 48%에 달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먼저 안전운임제를 연장한 뒤 물류산업 구조개혁 논의로 확장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