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가 우울ㆍ불안ㆍ불면증에 시달리면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연사 주범’으로 불리는 심방세동은 심장 심방(心房ㆍatrium)에서 발생하는 빠른 맥박 형태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키는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의 일종이다. 두근거림과 가슴 통증이 생기고 심하면 어지러움과 호흡곤란이 동반된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 15% 정도가 심방세동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의근ㆍ이소령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배난영 전공의), 한경도 숭실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당뇨병 환자 251만여 명의 정신 질환 여부에 따른 심방세동 발생위험을 추적 관찰한 결과다.
연구팀은 2009~2012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당뇨병 환자를 우울·불안·양극성장애·조현병·불면증 등 5가지 정신 질환 여부에 따라 △질환군(82만8,929명) △대조군(168만3,761명)으로 구분해 심방세동 발생 여부를 7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발생률은 질환군, 대조군이 각각 6.2%, 3.9%로 대조군에서 높았다. 위험비를 조정하자 심방세동 발생 위험은 질환군에서 19% 상승했다.
5가지 정신 질환 각각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그 결과, 우울ㆍ불안ㆍ불면증이 심방세동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질환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심방세동 위험이 각각 약 15%, 15%, 19% 증가했다. 즉 정신 질환 중에서도 우울ㆍ불안ㆍ불면증을 앓는 당뇨병 환자는 조기 진단을 실시하는 등 심방세동 발생 위험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최의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당뇨병 환자에게 동반된 정신 질환이 심방세동 발생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심방세동은 뇌졸중·사망·심부전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정신 질환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심방세동 발병을 주기적으로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소령 교수는 “심방세동과 고혈압·당뇨병 등과의 상관관계는 익히 알려졌지만 정신 질환과의 연관성은 보고된 바가 적다”며 “이번 연구는 특별히 당뇨병 환자에 있어 정신 질환과 심방세동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시된 포괄적, 대규모 연구인만큼 의미가 크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심혈관 당뇨학(Cardiovascular Diabetology)’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