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를 이유로 열차 무정차 통과를 예고한 13일 지하철은 정상 운행됐다. 전장연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시는 시민 불편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조치를 미뤘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내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247일차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개최했다. 당초 이날 선전전에선 전장연 측과 서울교통공사ㆍ경찰의 충돌이 예상됐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전날 오전 서울시 무정차 검토 보도 후 “더 많이, 더 단단히 집결해 지하철에 타겠다”며 시위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도 같은 날 오후 “전장연의 열차 운행 방해가 발생하는 지하철역에서 무정차 통과를 시행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시는 전장연의 시위 행위가 교통공사 내규에 규정된 ‘소요사태 또는 이례적 상황’ 등 무정차 통과 요건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날 선전전은 작은 규모로 치러져 운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휠체어에 탄 활동가도 박 대표 등 2명뿐이었고, 지연은 오전 8시 22분쯤 삼각지역에서 열차에 오를 때 생긴 2, 3분이 전부였다. 과거처럼 일부러 승ㆍ하차를 반복하지 않은 만큼, 굳이 시민 불편을 감수하고 무정차 통과를 시행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 교통공사가 조사해보니, 이날 출근시간대 삼각지역 열차 지연은 상행선 7분, 하행선 10분으로 통상적인 지연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열차 탑승 전 평소보다 긴 18분을 할애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무정차로 시민과 장애인을 갈라치는 대신,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올바른 후속 조치”라고 주장했다.
전장연은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의 내년도 예산안 반영 여부가 결정되는 15일까지 선전전을 계속한다.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1월 2일 출근길 지하철 승ㆍ하차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다. 이 경우 의도적 운행 지연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무정차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휠체어 여러 대가 줄지어 천천히 탑승ㆍ하차하는 등 누가 봐도 운행 지연 목적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면 무정차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