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털 사이트들의 연예 뉴스 댓글이 사라진지 오래다. 악플로 고통받던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2019년 다음이, 2020년 네이버와 네이트가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러나 스타들은 '여전히' 고통받는 중이다.
SNS는 수많은 악성 댓글 작성자들의 공격이 쏟아지는 공간이다.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곳인 만큼 수많은 대화들이 오갈 수밖에 없는데 악플러들은 이 공간에서 댓글로, 메시지로 스타를 비난한다. 비난에는 근거조차 없다. 외모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욕하거나 거짓 소문에 휘둘려 억울한 연예인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식이다.
많은 SNS 악플러들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익명성 뒤에 숨어 스타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유령 계정에는 프로필 사진도 없고 이름도 쓰여 있지 않다. SBS '써클하우스' 출연자들은 과거 이에 대한 아픔을 털어놔 시선을 모았다. 가수 이승기는 "악플 다는 분들도 신원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했고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정재원은 "팔로워가 0명이고 게시물도 없는 유령 계정을 보면 더 허탈하다. '날 욕하려고 계정을 만든 건가' 싶다"고 말했다.
때때로 비난은 스타 2세에게까지 향했다. 연예인들은 다른 평범한 부모들처럼 아이의 성장 과정을 공유하고 싶었을 뿐인데 2세가 순식간에 악플러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코미디언 김미려는 자신의 SNS에 악플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한 번만 더 내 새끼 건드리면 진짜 물어뜯는다. 나 착하지만 지독한 사람이다"라는 글을 남기며 분노를 드러낸 바 있다.
물론 스타들도 악플러들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지만은 않았다. 많은 연예인들이 김미려처럼 악플러의 댓글, 메시지를 SNS에서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코미디언 김영희는 임신했을 당시 아이와 관련해 나쁜 말을 남긴 네티즌의 댓글을 캡처해 올리며 "이건 신고하겠다. 변호사한테 넘겼다"고 덧붙였다. '하트시그널2' 출신 배우 송다은 또한 악플러의 다이렉트 메시지를 올리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인내만이 미덕이 아닌 상황 속에서 악플러에 칼을 빼든 스타의 행보는 박수를 받아왔다.
물론 소속사 차원에서 강경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9월 SM엔터테인먼트는 "보아와 관련해 보아의 개인 SNS 계정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악의적인 글과 댓글, 명예훼손 및 인격 모독성 게시물 등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고 자료를 수집해 고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가수 정동원 소속사 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는 여러 SNS,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시청자 게시판 등을 모니터링해 악플러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고소를 진행했다. 지난 4월 공식입장을 통해 "정동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글의 작성 및 유포를 자행하는 자에 대해 추가적으로 고소 및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 연예 뉴스 댓글이 사라졌지만 악플러들과의 전쟁은 계속되는 중이다. 스타들의 악성 댓글 박제에도, 법적 대응에도 악플러들은 SNS를 놀이터 삼아 여전히 비난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 뉴스 댓글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본지에 "부분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역시 악플 자체가 사라지진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악플러들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동해서 악성 댓글을 다는 행동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SNS 속 악플러들을 막기 위해 악성 댓글 필터링에 대한 SNS 운영사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소속사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회사의 강경 대응으로 악플러들에게 무분별한 인격 모독이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어 그는 "악플은 연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구분이 사실상 많이 없어졌기에 누구나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악성 댓글 문제의 심각성을 돌아봤다. 실제로 연예인만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인플루언서, 연애 예능 비연예인 출연자, 스타의 가족까지 악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오곤 했다. 피해자의 범주는 점점 확대되는 중이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의 연예 뉴스 댓글은 사라졌지만 연예인들의 마음속 상처는 제대로 아물지 않은 듯 보인다. 여전히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