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에 안 속으려면? 인증도 무조건 믿지 말고, 정보공개가 지름길이다

입력
2022.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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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투자자 정보 부족 상황
기업들의 정보공시 의무화해야

'친환경' '녹색'이라는 홍보문구 뒤에 숨은 반환경적 제품과 기업경영.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은 1년간 13회에 걸쳐 기후위기 대응을 무력화하는 녹색 거짓말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과 이를 용인하는 정부의 문제를 보도해 왔다. 실생활 속 제품을 넘어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그린워싱 전반을 심층 취재한 장기 보도는 ‘그린워싱탐정’이 처음이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그동안 보도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린워싱 피해를 막을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①친환경 인증, 무조건 믿지는 말자

소비자들이 제품의 친환경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제품의 성분도, 탄소발자국(탄소배출량)도 명확하게 알기 어려운 입장에서는 친환경 인증 마크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일정한 기준과 심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환경 인증을 발급하는 기관이 신뢰할 만한지 확인하기 전에 믿어서는 안 된다. 한국일보는 지난 8월 보도에서 국제연합(UN)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민간단체의 친환경 인증이 기업의 이미지 세탁에 쓰인 사례를 살펴봤다. 기업들은 사실 확인 없이 ‘ESG 경영 UN도 인정’ 등의 문구로 인증 사례를 홍보했다. 해당 인증은 명확한 평가기준은 물론 개별 기업에 대한 평가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발급한 인증 마크는 비교적 신뢰할 만하다. 하지만 몇 가지 함정이 있다. 지난 6월 보도를 통해 살펴본 결과, 저탄소 인증의 경우 다른 제품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다가 줄인 경우에도 부여한다. 계속 탄소를 적게 배출해 온 경우는 오히려 저탄소 인증 대상이 아니다. 환경성적표지는 환경 관련 지표를 공개했다는 표시일 뿐 환경적 성과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인증만이 ‘같은 용도의 다른 제품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거나 자원을 절약했다’는 의미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정부의 환경인증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느슨하다 보니 과장광고가 쉽다”며 “식품의 칼로리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처럼 환경인증의 내용과 결과도 정확히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② 기후위기를 해결할 ‘마법’은 없다

멀고도 험한 기후위기 대응의 길에서 때로 사람들은 마법을 기대하곤 한다. 어떤 기술이나 대안적 방법을 통해 큰 변화 없이 기후위기를 막는 지름길을 말이다. 때때로 이 같은 마법이 가능하다는 광고도 등장한다. 하지만 이는 그린워싱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보도한 ‘탄소중립 화석연료’ 역시 그러한 사례다.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이를 상쇄한다는 논리다. 국내 휘발유차에서 배출한 탄소가 인도네시아에 심은 나무를 통해 흡수되는 격이다. 하지만 이미 배출된 탄소가 고스란히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 같은 광고들 대부분은 탄소배출 정보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로 화석연료 사용을 정당화하는 광고도 그린워싱이다. 미래에 탄소포집·저장(CCS)기술을 사용하겠다는 단서만으로 ‘탄소free’라는 광고를 한 SK E&S의 광고가 그 예다.

하지현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실현 가능성이나 경제적인 적합성 등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시하지 않은 채 기술만을 강조하는 광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이 직접 사실관계를 따지기 어려운 영역이라 더욱 피해가 크다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연금술 따위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SK E&S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해당 광고에 그린워싱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CCU는 현실성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③ 정보공개가 그린워싱 막는다

지난 11월 다뤘던 ‘리사이클 의류’ 편에서는 재활용 의류에 실제 쓰인 재활용 섬유가 일부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밝혔다. 광고만 보면 의류 전체가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로 제작된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제품의 정확한 섬유 비율을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그린워싱에 속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린워싱은 기업과 시민 간 정보비대칭으로 발생한다. 기업이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린' '에코' 등 모호한 문구 속 실체를 검증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이 기후·환경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회계연도부터 모든 상장기업의 기후정보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유럽연합 역시 기업 지속 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통해 2024년부터 250명 이상, 한 해 매출액 4,000만 유로 이상 기업에 ESG 공시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대기업에 대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논의에는 진전이 없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우리나라의 기후공시도 해외 제도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반영하고 도입 시기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며 “이는 재무 투자자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기업의 그린워싱을 판단하는 중요한 판별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