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에서 페드로 카스티요(53)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수천 명이 시위에 참가한 가운데, 10대 두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의회 결정을 통해 대통령 직을 승계한 디나 볼루아르테 현 페루 대통령은 시위를 무마하기 위해 '조기 총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루 전역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시위는 수도 리마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수천 명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졌다.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면서 두 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사망한 두 명은 모두 10대로 시위 중 총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양상도 격해지고 있다. 중남부 안다우아일라스 주민들은 공항 시설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에서 50여 명의 경찰 및 공항 직원이 시위대에 포위됐으며, 일부는 인질로 잡혔다고 페루 교통부가 밝혔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경찰서에 불을 지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가 격해지는 것은 조기 대선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새 대통령을 뽑자는 시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페루 의회는 카스티요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당일인 지난 7일, 헌법상 권력 승계 서열 1위인 디나 볼루아르테(60) 당시 부통령을 대통령으로 추대했다.
뇌물수수와 인사참사 등으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지만, 의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낮은 편이다. 2016년부터 6명의 대통령이 의회와의 갈등으로 교체되면서 의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페루 국민 10명 중 9명이 의회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결국 카스티요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의회의 일방적인 탄핵권 행사에 반대하면서, 조기 총선을 통해 의회 권력 교체도 주장하고 있다. 페루 국민들은 대통령직을 승계한 볼루아르테 대통령에 대해서도 "의회와 결탁해 권력을 찬탈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위 상황이 심상치 않자 볼루아르테 현 대통령은 시위대의 요구 사항인 조기 총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총선을 2024년 4월로 예정보다 2년 앞당겨 실시하는 법안을 며칠 내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가 즉각적인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어, '2년 후 총선' 약속이 시위를 누그러뜨릴 변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볼루아르테가 조기 총선 전까지 정부를 운영한다고 해도, 정국 혼란은 가시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그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높지 않은 데다, 의회가 그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조기 총선 시도를 막을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