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노동정책을 자문하는 전문가들이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확대하고, 연공형 임금체계를 유연화하기 위해 법·제도 정비를 촉구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공개한 권고안은 현행 주 단위인 연장근로시간의 관리 단위를 분기·반기·연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권고안에 따라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연 단위로 바꿀 경우 1년 최대 440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해진다. 휴식권과 건강권 훼손 우려 때문에 근무와 근무 사이 11시간 이상 휴식을 부여하는 보완책도 포함시켰다. 연공형에서 직무·성과 기반으로 바꾸는 임금체계 개편의 동의를 근로자 과반 노동조합이 아닌 특정 직군 동의로 변경하는 권고도 했다. 산업구조 변화와 걸맞지 않은 근로시간 규제의 경직성, 연공형 임금체계에 따른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등에 대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노동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관건은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느냐다. 국제기준으로 여전히 근로시간이 긴 상황에서 급격한 노동시간 유연화가 야기할 건강권 훼손 우려나, 미비한 사회안전망 때문에 발전한 연공형 임금체계를 무작정 손봐서는 안 된다는 노동계의 주장도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변화에 따른 제도개선 요구와 이해당사자인 노동계의 반발 사이에서 정부가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수다. 대부분이 국회 입법사항이기에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의 없이는 추진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화물연대 파업 사태에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노동계에 대한 적대적이고 강경한 태도는 우려스럽다. 사회적 대화의 엄연한 한 축인 민주노총을 노골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의도로 비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색깔론을 펴는 인사를 사회적 대화기구의 수장에 앉히거나 노동계를 폄훼하는 이에게 중앙노동위원회를 맡기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노동개혁의 성공은 정부와 노사 간 공감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