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입 수시제도가 위축된 원인을 교사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하자 교원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시가 신뢰를 잃은 것은 고위층의 '부모 찬스' 때문이지 교사가 수업을 잘하지 못해서는 아니며, 교육 현장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전체 교원을 폄훼하고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각각 논평을 내고 이 부총리의 발언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이 부총리는 전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부터 대입 수시제도가 역풍을 맞았고, 가장 큰 원인은 교사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 "교사의 책임이 가장 큰데, 교사는 무풍지대였다", "교사들한테 교실을 깨우자고 하면 '너무 일이 많다', '진도를 나가야 한다'고 답한다" 등 수시모집의 신뢰가 떨어진 원인을 교사한테 돌리는 발언을 했다.
이에 전교조는 "수시 역풍은 고위층의 부모 찬스, 특권 대물림의 폐해"라며 "이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대입 3단계 자율화'라는 미명 아래 입학사정관제를 졸속 도입했고, 자율형 사립고·특목고 등 특권학교를 확대해 고교서열화를 불러온 장본인임에도 수시의 신뢰도 하락을 교사 탓으로 돌리니 적반하장이 도가 지나쳤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교사를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걸림돌로 보고 있다는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면서 "이 장관은 교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폄훼 발언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교총 역시 "수시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교사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한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사들은 정권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 탓에 공들여 만든 교육자료를 갈아엎고 늘 변화했다"며 "교사는 '무풍지대'가 아니라 '역풍'을 맞아가면서도 꿋꿋이 버텨 왔다"고 항변했다. 이어 "현장에서 교사들이 과다한 행정업무와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것을 한낱 핑계로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학교와 교사를 개혁 대상으로 인식하는 교육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마치 입시 논란의 책임이 교원들에게 있는 것처럼 잘못 전달됐다"며 "현재 입시제도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크나큰 고통이 되고 있는 것은 교육계 모두의 책임이며, 그 중에서도 교육부 수장인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