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개물림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관련된 통계를 구축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12일 전한 소식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금까지 개물림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연간 8,000여명 수준입니다. 이 수치는 20년 전인 199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리버풀 지역 ‘올더 헤이 어린이병원’(Alder Hey children’s Hospital)에서는 올해 44명의 어린이가 개물림 사고로 입원했습니다. 지난해 이 병원을 찾은 개물림 피해 아동은 1/3 수준인 15명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심각한 사실은 개물림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9명이 개물림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된 개물림 사고 평균 사망자 수(3.3명)의 3배 수준입니다. 리버풀대학교 수의학과 존 툴록(John Tulloch) 교수는 “이처럼 개물림 사고가 급증한 게 올해만 일어나는 특수한 일인지, 아니면 개물림 사고가 폭증할 것을 예고하는 신호인지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분명한 건 반려동물 사육이 늘어났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분명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로 반려동물 사육이 늘어난 것은 맞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이 시기 10%의 반려동물 사육이 증가해 현재는 약 1,000만 마리의 개가 가정에서 키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개 사육이 늘기 전부터 개물림 사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게 툴록 교수의 설명입니다.
툴록 교수는 “아직 우리는 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모르고 있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개물림 사고는 어린이 피해자가 더 많이 늘었으리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툴록 교수가 전국 통계를 자세히 보니 오히려 성인 피해자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영국 사회가 개물림 사고의 양상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런 와중에서도 툴록 교수는 몇 가지 가설을 내세웠습니다. 우선 ‘개를 사육하는 방식’에 대한 지적입니다. 흔히 공격성을 보이는 개들은 어려서부터 사회화 교육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최근 들어 온라인으로 개를 사고 파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이는 팔기 전에 개들을 어떻게 키우는지 알 수 없게 된다”며 사회화가 떨어진 개들이 유통됐을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개들의 환경 변화가 꼽힙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반려견을 집에 홀로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뜻이죠. 툴록 교수는 “영국 개들 중 절반 이상이 매일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약 1/4는 집에서 5시간 이상을 혼자 보냈다”며 “이런 환경이 개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외에도 개의 습성이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육 행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이런 추정들이 그저 추정에 그치는 이유는 통계의 부재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품종입니다. 영국에서는 현재 핏불테리어, 도사견, 도고아르젠티노, 필라브라질레이 등의 4개 품종만이 맹견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영국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킨 개 9마리 중 6마리는 맹견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아메리칸 불리’품종이었습니다. 이는 품종으로 맹견을 분리하는 게 통계나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툴록 교수는 “우리는 어떤 품종이 개물림 사고를 더 많이 일으켰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이런 분류로는 개 물림 사고를 줄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개 물림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리버풀이 포함된 머지사이드 주입니다. 리버풀 대학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과 시민단체 등과 협업해 개물림 사고의 양상을 분석 중에 있습니다. 툴록 교수는 “전국적으로 개물림 사고에서는 개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그래서 어떤 통제책이 필요한지를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개가 통제 불능 상태라면 그 근본적인 원인은 개와 사람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