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구금됐던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 협상이 역풍에 휘말렸다. 러시아에 붙잡혀 있는 전직 해병대원은 석방시키지 못한 결과, 그라이너와 교환한 러시아 무기상의 역할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백악관의 해명에도 공화당 측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현지시간) 미 CNN, ABC,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그라이너 석방 경위를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 설명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라이너와 전직 해병대원 폴 휠런을 모두 석방시키기 위해 러시아 측과 교섭을 벌였으나 가을까지 진전이 없었다고 한다.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으로 오프시즌 동안 러시아 팀에서 활동하던 그라이너는 올해 2월 휴가를 마치고 러시아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액상 대마초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 법원은 8월 그라이너에게 마약 밀반입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했고 미국 언론은 그의 처우를 계속 보도하면서 석방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기업 보안 책임자로 일하던 휠런은 2018년 스파이 혐의로 체포돼 2020년 징역 16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결국 지난주 마지막 단계 협상에서 그라이너와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 교환 카드가 나왔고 8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맞교환이 이뤄졌다. 부트는 아프가니스탄, 아프리카 지역에서 무기 밀매에 관여한 혐의로 2008년 태국에서 체포돼 미국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고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
휠런의 경우 ‘간첩 혐의’를 받고 있어 러시아가 별개 취급을 했다는 게 백악관 측 설명이다. 커비 조정관은 “부트 대신 그라이너와 휠런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하느냐는 협상에 없었다”며 “결국 당장 한 명이라도 집에 데려오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러시아 측이 휠런 석방에 난색을 표해 그라이너부터 석방시키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비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석방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너무 멍청하고 비애국적인 수치”라고 죄수 교환 방식 석방을 비판했고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푸틴에 대한 선물이자 미국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이날 “셀럽(유명인)과 나쁜 놈들을 거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유명인을 무기상과 맞교환하면서 미국의 약점을 러시아에 노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커비 조정관은 “부트는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게 아니다”라며 “2029년이면 풀려나게 돼 있었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