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양금덕(91) 할머니의 국민훈장 모란장 서훈을 추진했다가 외교부 제동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이에 반발한 광주 지역 시민단체가 과거 받았던 인권상을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광주 지역 교육사회단체인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12일 "올해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국민훈장 모란장) 예정자였던 양금덕 할머니의 수상이 무산되면 지난해 우리 단체가 받은 인권상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모임은 입시 모순 극복, 출신 학교 차별, 소수자 인권 등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대한민국 인권상(국가인권위원장 표창-단체부문)'을 받았다.
시민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근로정신대 문제 인권운동가인 양 할머니를 인권상 대상자로 최종 추천했지만, 외교부 문제 제기로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수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입김으로 인권상 수상이 어긋난 것이 처음은 아니다"며 "2008년에도 최종 추천된 이정이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를 탈락시킨 바 있고, 이번에는 외교부의 일본 눈치 보기로 수상 계획이 일그러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시민모임은 "인권위의 독립성과 인권상의 권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후속 절차가 조속히 정리되기를 촉구한다"며 "정권 입맛에 따라 흔들리는 상이라면 인권상은 반인권과 타협한 증거가 될 것이며, 양 할머니의 수상 여부는 그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1일 오후 광주 서구 한 카페에서 열린 이금주 태평양전쟁희생자 광주유족회장의 별세 1주기 추모식에서 양 할머니에게 '우리들의 인권상'을 시상했다. 이 상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회원과 광주 시민들이 후원금을 모아 만든 것으로, 수여자 이름엔 윤석열 대통령 대신 '양관순(양씨의 별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