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1960년 6월 첫 장이 섰다. '서울에서 농산물을 가장 싸게 파는 시장'으로 유명한 이 시장은 여전히 서민들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런 경동시장이 확 바뀐다. 스타벅스는 국내 최초 '전통시장 스타벅스'를 열었고, LG전자는 '레트로(과거 모습) 감성' 가득한 전파사를 마련했다. 전통시장과 어울리지 않는 커피 회사와 전자제품 회사는 왜 경동시장에 둥지를 틀었을까.
스타벅스와 LG전자는 경동시장에 복합문화공간을 함께 만든다고 12일 밝혔다. 두 회사가 손잡은 이유는 ①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와 소통을 강화하고 ②전통시장과 상생하기 위해서다. 두 회사는 버려져 있던 경동극장 리모델링 비용을 나눠 냈고, 대신 각자 개성을 살린 매장을 따로 운영한다.
스타벅스는 1999년 국내 진출 23년 만에 처음으로 전통시장에 매장을 열었다. 리모델링 건물이 1960년대 지어진 극장인 만큼, 매장 이름은 '경동1960점'이다. 건물의 3층과 4층을 매장으로 쓰고, 200여 개 좌석을 마련했다. 전통시장과 극장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혼합한 것이 특징이다. 좌석도 계단식으로 배치했고 의자도 갈색 나무를 써서 감성을 더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역 아티스트들을 초청해 시민들에게 무료 공연과 행사를 즐길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전통시장을 더 많이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상생도 펼친다. 매장에서 파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 쌓아 경동시장 지역 상생 기금으로 마련한다. 지역 인프라를 개선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손정현 스타벅스 대표이사는 "경동1960점에서 모든 세대가 가치 있게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옛날 가전제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를 차렸다. 레트로 감성으로 젊은 소비층에겐 새로운 경험을, 중장년 이상에겐 추억을 선물한다. 1958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 설립 이후 처음 선보인 흑백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전시했다. 한쪽 벽면에는 LG LED 사이니지로 LED(발광 다이오드) 벽을 만들어 경동시장의 옛 모습과 계절별 테마영상 등을 상영한다.
'씽큐(ThinQ) 방탈출 카페'와 '금성오락실' 같은 체험 공간도 마련했다. 씽큐는 LG전자 가전제품과 서비스를 아우르는 브랜드다. LG전자 제품을 별도로 팔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놀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브랜드와 친밀해질 수 있게 했다. 재생 플라스틱으로 만든 친환경 굿즈도 판매하는데, 수익금 전액을 경동시장 상생 기금으로 만들 예정이다.
오승진 LG전자 한국전략담당은 "LG전자만의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를 앞세워 기억에 남은 고객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세대 간 교감과 지역사회 상생의 거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