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정도 근무하면서 무능 공무원들이 너무 많아 화가 납니다." 몇 년 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이다. 일반 시민이 아니라 지방에서 근무하는 2년 차 현직 9급 공무원이었다.
한국행정연구원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나의 업무수행 역량은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민간기업 담당자보다 우수한가'라는 질문에 지방 공무원들은 35%만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중앙부처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 지방공무원들의 역량은 높지 않은 것으로 인식된다. 물론 지방공무원의 역량이 낮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잘못된 구조나 문화로 인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일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역량'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공무원의 역량은 유능한 정부가 되기 위한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 모두 공무원 역량개발에 힘써왔지만, 특히 윤석열 정부는 '역량 있는 공직사회의 실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앞으로도 공무원의 역량 개발과 평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광역 지방자치단체들도 역량평가를 이미 도입하기 시작했다. 2008년 서울시에서 도입한 이래 경기, 대구, 전남, 세종, 울산 등에서 도입했고 최근에는 대전, 인천, 광주, 경북 등도 동참했다. 지금까지 17개 시도 중 11개 시도가 도입했고, 미도입한 시도에서도 역량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역량평가 대상은 대부분 4급 이상 관리직이지만, 일부 자치단체의 경우 5급 승진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역량평가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역량 향상에 있다. 단순히 역량 수준을 점수화하고 서열화하여 승진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역량 수준을 측정하고 진단하여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는 데 있다.
21세기 지방자치 시대에는 1970년대의 근면하고 성실한 공무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주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서비스 행정은 칭찬할 일이지만, 보다 스마트한 행정이 필요하다. 사무환경의 혁신을 상징했던 제록스가 복사기에만 매달리다 실패한 것처럼, '역량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 과거에 성공했던 행동과 관습이 결코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공무원들은 지역주민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문제 사안을 보고 핵심적인 원인을 분석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를 이해하고 디지털 행정을 실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지방자치제 부활 후 30여 년이 지났다. 민선 8기를 맞아 새로운 비전과 전략으로 4년 임기를 시작한 자치단체장들의 공약 추진 의지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탁월한 역량을 가진 최고의 공무원들과 함께 품격 있는 지방자치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