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푸틴·젤렌스키 통화…"흑해 곡물 수출 늘려야'

입력
2022.12.12 07:59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각각 통화하고 흑해 곡물 수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각 정부 발표를 로이터 통신이 종합했다.

흑해와 동유럽 요충지에 위치한 튀르키예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양측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평화협상은 비록 3월 말 이스탄불 회담을 끝으로 멈춰 섰지만,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제안으로 추진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4자 합의가 올해 7월 첫 타결된 뒤 11월 연장된 데에는 튀르키예의 중재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곡물 수출 합의는 유엔과 튀르키예가 흑해 항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그간 러시아의 침공으로 묶여 있던 우크라이나 곡물을 인근 국가로 실어나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쟁이 촉발한 식량난을 타개해본다는 취지다.

지난달 11월 17일부터 다시 120일간 합의가 연장됐지만, 이번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원하는 바가 많아졌다. 러시아는 자국산 비료와 암모니아 등 원료 수출 보증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서방의 제재가 일부 해제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역시 출항 가능한 항구 수를 늘려 수출 규모를 확대하길 원하고 있다.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통화한 뒤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또 "흑해 곡물 수출 통로를 통해 더 많은 식료품과 원자재를 수출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관련해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은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는 복잡한 성격을 디고 있어 가장 필요한 국가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러시아에서 나가는 물자와 관련한 장애물이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방의 제재 해제를 촉구한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추가 작업 및 곡물 수출로 확장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와 튀르키예 사이에는 천연가스 수출 허브 구축 관련 사안도 현안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독일을 통해 유럽과 이어지는 발트해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1·2 폭발 사고에 따라, 10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제안이 성사되면 아시아와 유럽, 중동을 잇는 튀르키예가 러산 가스를 유럽 등으로 실어 나르는 허브가 되는 것이기에, 에르도안 대통령 역시 지지를 표한 바 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간 통화 중 가스 허브 관련 논의에 대해 "주로 가스 산업 분야 공동 에너지 프로젝트의 각별한 중요성이 강조됐다"고 부연했다.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을 독점하는 국영기업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이 지난주 이스탄불을 찾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간 만큼,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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